‘마초의 나라’란 별명을 가진 멕시코는 국민 90%가 여성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있을 정도로 남성 중심적인 나라입니다. 이 나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16% 적습니다. 무엇보다 여성을 겨냥한 폭력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페미사이드(여성 혐오 살해) 등으로 매일 10여 명의 여성이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멕시코에서 헌정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현 집권당이자 좌파인 국가재건운동(약칭 모레나) 소속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사진)입니다.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셰인바움 당선인은 외조부모가 나치 박해를 피해 멕시코로 건너온 유대인 이민자 출신입니다. 어머니는 세포생물학자, 아버지는 화학 엔지니어로 셰인바움 역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입니다.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 패널(IPCC)에 합류해 연구팀 일원으로 2007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정치에 첫발을 들여놓았습니다. 2011년에 모레나가 창당하면서 합류해 2018년에는 수도 멕시코시티의 첫 여성 시장에 당선됐고, 이달 2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59%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미초아칸주 코티하의 여성 시장 욜란다 산체스 피게로아가 괴한의 총에 숨졌습니다. 이달 7일에는 시의원으로 활동하던 또 다른 여성 정치인 에스메랄다 가르손이 집에 침입한 무장 괴한들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역사가 하루아침에 진보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면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셰인바움 당선인의 어깨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