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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0등 해도 행복”… ‘서브4’ 이영표의 마라톤 예찬[이헌재의 인생홈런]

입력 | 2024-06-10 23:06:00

이영표가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달린 뒤 완주 기념 메달을 들어 보였다. 사진 출처 이영표 인스타그램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축구 국가대표를 지낸 이영표(47)는 올해 3월 자신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뤘다.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42.195km)에 처음 도전해 완주한 것이다. 3시간 57분 만에 골인해 ‘서브4’(4시간 이내 완주)도 달성했다.

이 대회에선 모두 1만8000여 명이 풀코스를 뛰었다. 이영표는 그중 7400번째로 골인했다. 그는 “나 같은 축구 선수 출신도 훈련 없이는 완주 못 하는 게 마라톤이다. 반면 체력이 아무리 약해도 제대로 준비하면 완주할 수 있다”며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마라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선수 은퇴 후 그는 한동안 달리기를 멈췄다. “선수 시절 내내 극한까지 나 자신을 밀어붙이면서 뛰었기에 더 그러고 싶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 건 가수 션을 만나고 나서였다. 그는 “(달리기 마니아인) 션 형님과 함께 뛰면서 달리기는 기분 좋을 만큼 뛰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선수 때 힘들기만 했던 달리기가 이제는 재미있는 취미가 됐다.

‘언노운 크루’라는 러닝 크루도 만들었다. 축구 선수 출신으로는 그와 조원희가, 연예인으로는 이시영 임시완 박보검 양동근 윤세아 등이 크루에 가입했다. 언노운 크루는 단순히 달리는 것을 넘어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년 광복절에 81.5km를 달리는 815런을 통해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보금자리 지원 기금을 모으는 게 대표적이다.

이영표는 “달리기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건강에도 좋다”며 “마음만 먹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 운동화만 있으면 되니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크루 멤버들과 일주일에 두세 차례 아침마다 5∼10km가량을 달린다. 틈틈이 자전거도 탄다. 로드 바이크를 타고 경기 남양주시 팔당까지 왕복 40km를 다녀오기도 하고, 실내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그는 “달리기를 많이 하면 허벅지 등 다리 근육이 빠진다. 빠진 근육을 채워주는 게 바로 자전거”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테니스와 배드민턴, 골프도 즐긴다.

프로축구 팀 강원FC 대표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을 지낸 그는 요즘 한 지상파 방송의 축구 해설위원과 축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 축구사랑나눔재단 이사, 스포츠선교회 이사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 등에 특강도 종종 나간다. 그가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여전히 축구 행정이다. 그는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행정을 잘하면 축구가 더 발전하는 모습을 봤다”며 “좋은 지도자분들은 이미 많이 계신다. 나는 행정을 하는 사람으로 한국 축구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2년을 스포츠 비즈니스가 발달한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돈과 명예를 좇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며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