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미군 전사자 안치된 곳 “고립주의, 美답지 않아” 트럼프 겨냥 트럼프 “급진 좌파가 만든 얘기” 반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 로버트 소프지 유럽·아프리카 주둔 미군 해병대 사령관(오른쪽부터)이 9일 프랑스 엔마른 미군묘지를 걷고 있다. 이곳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미군 유해가 안장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11월 대선에서 겨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프랑스 방문 당시 이곳을 참배하려다가 전격 취소했다. 특히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loser)’로 폄훼해 논란을 불렀다. 앤마른=AP 뉴시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전사자의 유해가 있는 파리 외곽 엔마른 미군묘지를 참배했다. 11월 미 대선에서 경쟁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1차 대전 종전 100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패배자(loser)만 가득하다”며 이 묘지의 참배를 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엔마른 묘지에서 “미군이 이곳에서 이룬 업적에 대해 자부심과 경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유럽의 주요 전투에 휘말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 고립주의는 미국답지 않다”고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시에 미 유권자에게 ‘미군 전사자를 예우하는 내가 진짜 애국자’임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묘지에는 1918년 인근 벨로 숲 전투에서 독일군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 미 해병대원 약 1800명이 안장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한 일부 극렬 지지자에 대해 ‘전사(warriors)’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이 J6(1월 6일을 뜻하는 January 6의 줄임말) 전사들은 전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사건의 피해자였다”면서 “그들은 부정 선거에 항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뒤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 CBS방송-유고브가 5∼7일 7대 경합주(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를 조사한 결과 두 사람의 지지율이 초박빙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을 1%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3.8%포인트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