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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간츠, 이스라엘 전시내각 탈퇴 “조기 총선을”[지금, 이 사람]

입력 | 2024-06-11 03:00:00

“안보보다 총리직” 네타냐후 직격
늦어진 인질귀환에 용서도 구해
사회각계 조기 총선 목소리 커질듯





“네타냐후 총리가 국가안보보다 총리직을 우선한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가통합당 대표(65·사진)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긴급 구성됐던 전시(戰時) 내각을 9일 전격 탈퇴했다. 중도 성향인 그는 극우 성향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책으로만 일관하는 바람에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귀환이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간츠 대표,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3인으로 이뤄진 전시 내각은 전쟁 중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간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진정한 승리를 총리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정권이 가능성이 낮은 ‘하마스 완전 궤멸’만 주창하는 바람에 인질 귀환이 늦어진다는 의미다. 그는 인질 가족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빌미로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속히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갈란트 장관에게도 “올바른 일을 하라”며 사퇴 동참을 요구했다.

간츠 대표는 국방장관, 육군 참모총장 출신의 군인으로 2018년 정계에 입문했다. 차기 총리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또한 강경책으로만 일관하는 네타냐후 총리보다 중도 성향인 그를 총리감으로 선호한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왔다.

간츠 대표가 이끄는 국가통합당(12석)은 의회 120석 중 64석을 차지한 극우 연정에 속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그의 전시 내각 탈퇴가 네타냐후 총리의 지위에는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사회 각계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시 내각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내 극우 인사에게 더 의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극우 연정 일원으로 ‘종교적 시온주의자’ 대표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오츠마예후디트(유대인의 힘)’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