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단식 결승서 獨츠베레프 꺾어 재작년 US오픈-작년 윔블던 우승 올 호주오픈 8강선 츠베레프에 져 하드-잔디-클레이 코트 최연소 석권… 매켄로 “조코비치 21세때보다 낫다”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10일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를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흙바닥 코트에 드러누워 포효하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가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호주 오픈만 남겼다. 4대 메이저 대회는 해마다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순으로 열린다. 알카라스는 올 1월 호주 오픈 8강에서 탈락했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알카라스. 파리=AP 뉴시스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에서 이른바 ‘빅3’로 불린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 라파엘 나달(38·스페인), 로저 페더러(43·스위스·은퇴) 이외의 선수가 우승한 건 2015년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39·스위스) 이후 9년 만이다. 알카라스는 또 나달에 이어 22세가 되기 전에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정상에 오른 두 번째 선수가 됐다. 나달은 19세이던 2005년에 처음 우승했다.
알카라스는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나달의 프랑스 오픈 최다 우승(14회), 조코비치의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24회)에 다가서는 기록을 남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둘 다 평범하지 않은 기록이다. 외계인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해 보인다”며 자신을 낮췄다. 알카라스는 “오늘 결승전을 앞두고 코치가 ‘메이저 대회 우승은 힘들다. 조코비치는 그걸 24번이나 했다’고 말해 줬다”며 “24승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오늘 세 번째 우승부터 즐기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알카라스는 자신을 낮췄지만 미국의 테니스 레전드 존 매켄로(65)의 평가는 달랐다. 이날 결승전이 끝난 뒤 매켄로는 알카라스를 두고 “이 연령대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완성된 선수다. 조코비치와 나달, 페더러가 스물한 살일 때보다 더 낫다”며 “특히 코트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다. 긴장된 무대에서 즐길 줄 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알카라스에게 막혀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놓친 츠베레프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츠베레프는 “후반에 집중력을 잃었다. 내가 원래 지치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늘은 다리에 힘이 없었다. 알카라스의 테니스 강도는 차원이 다르다. 짐승 같다”며 “21세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세 번씩이나 그것도 모두 다른 코트에서 했다니 당장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알카라스는 7월 1일(현지 시간)부터 열리는 윔블던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선 뒤 같은 달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다. 알카라스는 “스페인에 메달을 안기고 싶다. 또 내 영웅인 나달과 함께 복식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