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공세에 ‘살아남기’ 고육책 철강, 원가절감-감산조치 잇달아 적자 행진 유화, 자산매각 검토도 “국내기업 어려움 당분간 계속돼 기술우위 확보-시장개척 힘써야”
한국 제조업의 허리 격인 철강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비상 경영이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중국 저가 제품들의 한국 공략(밀어내기)까지 겹치면서 위기를 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철강 분야에서 연간 1조 원 이상 원가 감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 불황이 길어지자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4월 지시한 내용이다.
포스코는 중복 부서를 통합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조직 개편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생산 공정에서 비효율적 부분이 있는지 점검 중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이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2% 감소했는데도 올해 영업이익 역시 7.3% 감소한 3조2754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제철업계 생산 물량 줄이기
동국제강도 이번 달부터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야간 시간에만 인천 공장의 전기로를 가동하기로 했다. 철근 재고가 쌓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야간 생산 체제를 계속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공세 때문에 고객사들과 납품 가격을 논의할 때 협상력이 떨어진다”며 “국내와 중국 건설경기가 침체된 것도 업계 불황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제품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2년 1∼5월에는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이 270만 t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96만 t, 올해는 407만 t으로 늘고 있다. 전체 수입 중 중국산 비율은 2022년 43.3%였는데, 올해는 59.6%까지 치솟았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중국발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의 석유화학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기초화학 소재 자급화에 나서면서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철강과 석유화학은 중국의 자급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철강의 경우에는 탄소 중립 기술력으로 우위를 가져갈 필요가 있고, 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 과잉에 맞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