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32개大 협의회 구성 다음날 李, 서울지역 8개 대학 따로 만나 “증원 안됐지만 재정일부 지원” 회유 일부 총장들 “들러리서기 싫다” 거부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링거 거치대를 잡고 걸어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18일 모든 의사가 참여하는 전면 휴진을 결의한 후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 병원 교수 등이 휴진 동참 방침을 밝혔다. 뉴스1
● 이 부총리 총장들 불러 “협의회 동참” 압박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총리는 5일 의대가 있는 서울 지역 대학 총장 5명과 총장 대신 참석한 부총장 등 8명과 만나 “서울 지역 의대의 경우 증원은 안 됐지만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 지원은 일부 해줄 것”이라며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서울 지역 대학 총장들은 이 부총리에게 “학생들은 복귀 명분이 있어야 돌아온다”며 △의사 국가시험(국시) 연기나 추가 실시 △수업 방해 의대생에 대한 수사 의뢰 철회 △일부 학생에 대한 휴학 승인 △2026학년도 증원 재검토 방침 발표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동맹 휴학은 정당하지 않고, 국시 연기나 추가 실시는 보건복지부에서 부정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학생들이 일단 돌아와야 뭐든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해 논의가 평행선을 그렸다고 한다.
● 일부 총장 “재정 지원 필요 없다” 거절
서울 지역 대학 총장 일부는 이 부총리와 홍 총장 등의 요청에도 “들러리 서기 싫다”며 협의회 참석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교육부가 각종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병풍 세우기’ 식으로 동원되거나 협의회 명의로 찬성 입장 등이 발표될 경우 학내에서 의대와 의대생의 반발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의사들이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의사들을 비판했는데 참석한 총장 및 부총장 중 일부가 의사 출신이다 보니 어색한 분위기도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총장 입장에선 전공의와 의대생이 제자들이다. 말 그대로 사제지간인데 그런 특수성에 대한 인식 없이 권위주의적으로 밀어붙이는 인상이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