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이 주도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6월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의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오후 가자지구 관련 결의안 채택을 위한 공식회의를 개최했다. 당초 이번 회의는 예정에 없었지만, 긴급하게 일정이 추가됐다.
회의에서 진행된 표결 결과 결의안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이 찬성했고, 러시아가 기권해 가결 처리됐다.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이번 결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게 3단계 휴전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가 협상 내용을 지체하지 않고 조건 없이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긴급 회견을 열고 가자지구의 3단계 휴전안을 공개한 바 있다.
3단계 휴전안은 △6주간 완전한 휴전 및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내 인구 밀집 지역 철수와 일부 인질(여성·노인·부상자) 교환 △모든 생존 인질의 교환 및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등 영구적 적대행위 중단 △가자지구 주요 재건 계획 실시 및 사망한 인질 시신의 유가족 송환 등으로 이뤄져 있다.
1단계에서 완전하고 안전한 휴전을, 2단계에선 당사국 간 합의에 따라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종식한 뒤 마지막으로 황폐해진 가자지구를 재건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결의안 채택 후 발언에서 “오늘 우리는 평화에 투표했다”면서 “안보리는 하마스에 휴전 협상안을 받아들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스라엘은 이미 협상안에 찬성했고, 하마스도 찬성한다면 싸움은 오늘이라도 멈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향해 “양측이 지연 및 조건 없이 결의 내용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일한 아랍권 이사국인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대사는 “이번 결의안 문안이 완벽하지는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우리는 결의안이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향한 한 걸음의 진전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이 결의안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벤자마 대사는 “(이번 결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한 살인과 고통 지속되는 가운데 그들에게 대안으로서 희미한 희망을 제공할 것”이라며 “살인을 멈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안보리 회원국들에 이스라엘이 협상안을 수용했다는 말을 믿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스라엘이 협상을 수용했다는 명확한 문구를 결의안에 포함하진 않았다.
이에 러시아와 중국, 알제리는 비공개 협상에서 이스라엘이 실제로 이 휴전안을 받아들였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결의안 초안 문안이 이스라엘에 너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미국이 표결을 압박한 초안은 이전 버전과 달리 이스라엘이 미국의 제안을 이미 수락했다고 명시돼 있고, 하마스가 이 협상안을 받아들이고 양측이 지체 및 조건 없이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을 환영하며, 휴전안을 이행하기 위해 중재국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