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산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멸균우유가 진열돼 있다. 2024.06.10 [서울=뉴시스]
고물가 속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 우유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소비 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강력한 대체제마저 등장한 것이다.
1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유 소비량은 430만8350t으로 2022년(441만490t)보다 약 2% 줄었다. 연간 우유 소비량은 2021년(444만8459t) 최고치에 이른 이후 감소세를 보인다. 우유업계에서는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는 만큼 우유 소비 인구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멸균우유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있다. 수입 멸균우유 중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폴란드산 멸균우유 ‘믈레코비타 3.5%(1L)’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1900원(100mL당 190원)으로 같은 용량 국내산 흰 우유인 ‘서울우유 나100%’(100mL당 297원)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서울우유 멸균우유’(100mL당 352원)과 비교하면 더욱 저렴하다.
1년 정도로 긴 유통기한으로 보관하기 쉽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이에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우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카페나 제과점 등에서도 수입 멸균우유 사용량이 늘고 있다. 직장인 이모 씨(32)는 “수입 멸균우유는 인터넷 구매 시 12개에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라며 “맛과 영양에도 국산 우유랑 큰 차이를 못 느껴서 대량으로 쟁여둔 채 라떼를 만들어 먹곤 한다”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내 우유 제조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특히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유럽산 우유, 치즈 등에 대한 관세율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행 11~13%에서 매년 단계적으로 줄어 2026년 이후에는 0%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국내 원유를 의무로 구매해야 하는 쿼터가 있다 보니 수입 원유를 더 들여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수입에 관세까지 사라진다면 국산 우유는 가격 경쟁력을 크게 잃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산 우윳값은 올해도 오를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 달간 낙농계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우유 원유(原乳) 가격 협상에 나선다. 소위원회의 가격 결정에 따른 영향은 올해 8월부터 적용되는데 협상 기간에 따라 적용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첫 회의는 6월에 열렸으나 이견이 있어 7월 말에 협상이 종료됐고, 이후 물가 부담 탓에 10월에 인상분이 반영됐다.
인건비와 사료비 등 원부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올해도 원유 기본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유 생산비용은 리터당 1002.85원으로 2022년(44.14원)보다 4.6% 상승했다. 유가공제품, 과자, 빵 등 원유를 활용하는 식품의 가격도 영향을 받게 돼 가공식품 물가 인상 폭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최근 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원유 생산비가 상승해 생산자의 인상 요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 부담으로 상승 폭 최소화를 위해 중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료비가 원유 생산비의 57%를 차지해 사료 가격 상승이 원윳값 상승 주장의 주원인”이라며 “농식품부의 기본 방침은 원유값 협상 폭에 대한 동결 또는 최소화”라고 말했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