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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멸균우유 수입, 3년새 3.3배로… 국내 원유 값은 또 오를듯

입력 | 2024-06-12 03:00:00

고물가에 폴란드산 등 인기 높아
업계 “향후 관세 없어져 더 걱정”
올해 우유 원유 가격 협상 시작
정부 “동결 또는 최소 인상 중재 계획”



1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이날부터 한 달간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인상 범위는 L당 최대 26원이다. 뉴시스



고물가 속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국내 우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소비 인구가 줄어들어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강력한 대체재마저 등장한 것이다.

1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유 소비량은 430만8350t으로 2022년(441만490t)보다 약 2% 줄었다. 연간 우유 소비량은 2021년 444만8459t으로 최고치에 이른 이후 감소세다. 우유업계에서는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는 만큼 우유 소비 인구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산 멸균우유 수입량은 증가세다. 이날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3만7361t으로 2022년(3만1386t)보다 약 19% 늘었다. 2020년 1만1413t에 불과했던 멸균우유 수입량은 매년 증가해 3년 만에 3.3배로 증가했다.

수입 멸균우유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있다. 수입 멸균우유 중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폴란드산 멸균우유 ‘믈레코비타 3.5%’(1L)의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1900원(100mL당 190원)으로 같은 용량의 국내산 흰 우유인 ‘서울우유 나100%’(100mL당 297원)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서울우유 멸균우유’(100mL당 352원)와 비교하면 더욱 저렴하다.

유통기한이 1년 정도로 길고,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온에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우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카페나 제과점 등에서도 수입 멸균우유 사용량이 늘고 있다. 직장인 이모 씨(32)는 “수입 멸균우유는 인터넷 구매 시 12개에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며 “맛과 영양에서도 국산 우유와 큰 차이를 못 느껴 대량으로 쟁여둔 채 라테를 만들어 먹곤 한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내 우유 제조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특히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유럽산 우유, 치즈 등에 대한 관세율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행 11∼13%에서 매년 단계적으로 줄어 2026년 이후에는 0%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국내 원유를 의무로 구매해야 하는 쿼터가 있다 보니 국내 제조사가 수입 원유를 들여와 파는 건 어렵다”며 “관세까지 없어지면 국산 우유는 가격 경쟁력을 더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산 우유 값은 올해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 달간 낙농계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우유 원유(原乳) 가격 협상에 나선다. 올해 원유 값은 L당 최대 26원까지 올릴 수 있다. 정부는 원유 생산비의 57%를 차지하는 사료 값이 크게 뛰어 원유 값을 올려 달라는 생산자 측의 요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자, 유업체의 협력을 통해 원유 기본 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