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폴란드산 등 인기 높아 업계 “향후 관세 없어져 더 걱정” 올해 우유 원유 가격 협상 시작 정부 “동결 또는 최소 인상 중재 계획”
1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이날부터 한 달간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인상 범위는 L당 최대 26원이다. 뉴시스
고물가 속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국내 우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소비 인구가 줄어들어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강력한 대체재마저 등장한 것이다.
1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유 소비량은 430만8350t으로 2022년(441만490t)보다 약 2% 줄었다. 연간 우유 소비량은 2021년 444만8459t으로 최고치에 이른 이후 감소세다. 우유업계에서는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는 만큼 우유 소비 인구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기한이 1년 정도로 길고,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온에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우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카페나 제과점 등에서도 수입 멸균우유 사용량이 늘고 있다. 직장인 이모 씨(32)는 “수입 멸균우유는 인터넷 구매 시 12개에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며 “맛과 영양에서도 국산 우유와 큰 차이를 못 느껴 대량으로 쟁여둔 채 라테를 만들어 먹곤 한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내 우유 제조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특히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유럽산 우유, 치즈 등에 대한 관세율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행 11∼13%에서 매년 단계적으로 줄어 2026년 이후에는 0%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국내 원유를 의무로 구매해야 하는 쿼터가 있다 보니 국내 제조사가 수입 원유를 들여와 파는 건 어렵다”며 “관세까지 없어지면 국산 우유는 가격 경쟁력을 더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산 우유 값은 올해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 달간 낙농계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우유 원유(原乳) 가격 협상에 나선다. 올해 원유 값은 L당 최대 26원까지 올릴 수 있다. 정부는 원유 생산비의 57%를 차지하는 사료 값이 크게 뛰어 원유 값을 올려 달라는 생산자 측의 요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