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자유여행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라고 하면 흔히 K팝과 드라마를 좋아하는 젊은 팬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들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는 여행객들이 있다. 바로 ‘실버 세대’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첫째로, 한국에는 ‘경로우대’라는 요금이 따로 있다. 평소에 박물관이나 관광지를 들어갈 때 잘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찾아보니 놀라울 정도로 많은 혜택이 있었다. 일례로 어머니께서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쿠아리움’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는데,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입장료가 꽤 비쌌다. 하지만 그곳은 만 65세 이상이면 입장료를 무려 30%나 할인을 해주었다. 그것을 설명해 드리자 부모님은 “이렇게 나이 많은 사람들을 공경해 주는 문화가 있다니, 대단하다!”라며 기뻐하셨다. 물론 브라질에도 할인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공공기관만 있지, 민간 시설까지 폭넓게 혜택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행사장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에서도 늘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있어 이동이 편리했다. 부모님의 방문을 통해 특별한 이동 지원이 필요한 모든 분을 위한 체계가 잘 갖춰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점은 광범위한 의료 서비스다. 브라질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찍 예약해야 한다. 만약 신속하게 진료받아야 할 일이 생기면 병원 응급실로 가야만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당일에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비교적 쉽다. 때로는 병원에 도착한 지 몇 분 만에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한 장점을 몸으로 직접 느낀 것이 바로 부모님이 출국하시기 하루 전날의 일이다. 2주간 지내시면서 너무 즐겁게 한국을 구경한 탓일까. 여행 피로와 시차로 인해 어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급기야 비행기를 타기 전날 갑작스레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셨다. 나는 당장 자주 가는 동네 병원으로 차를 몰았고, 즉시 전문적이고 신속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평생 이렇게 빨리, 그리고 이렇게 많은 검사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의 꼼꼼한 진료 덕에 원인을 찾을 수 있었고, 무사히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부모님의 놀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결제할 때 외국인이라 국민건강보험 지원 없이 치료비 전액을 다 지불했음에도 브라질보다 훨씬 저렴했던 것이다.
사실 외국에서 갑자기 아프면 걱정이 많다. 의사소통도 그렇고,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나 질적인 문제도 있고, 비싼 금액도 부담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외국 어르신들이 믿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구나, 무슨 일이 생겨도 적절한 의료 조치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나라다’라고 생각했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