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은 속도가 관건이나 무리한 사건 병합 따른 재판 지연에 민주당 장악한 법사위원장 체제에서 결정적 순간에 판사 탄핵 우려
송평인 논설위원
검찰 수사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의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형사 사건에서 검찰은 피고인과 마주 보는 일방 당사자일 뿐이기 때문에 수사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게 옳다. 다만 검사와 피고인의 공방 끝에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졌을 때는 그것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판사가 다소 미심쩍을 때조차도 그렇다. 발자크의 말처럼 법원에 대한 신뢰는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선진국 언론은 검사가 은밀히 흘리는 걸 받아쓰지 않는다. 아예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수사 내용은 수사기관 외의 제3의 출처에서 확인해 줄 때만 쓴다. 중요한 사건일수록 법정에서 검찰과 피고인이 다 발언권을 가질 때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
그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에 주목하고 있으나 아직 한 건의 선고도 이뤄지지 않아 유감이다. 다만 얼마 전 이 대표의 혐의를 가리키는 측근의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일 때 평화부지사로 발탁한 이화영 씨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에 대해 재판부는 무려 징역 9년 6개월 형을 선고하면서 ‘이재명의 방북을 위한 대가’임을 명백히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백현동 용도 변경 특혜, 성남FC 후원금 등과 관련한 혐의로도 측근인 정진상 김용 씨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서 이들 사건이 병합되면서 재판이 필요 이상으로 지연되고 있다.
뒤늦은 기소나 늦장 재판 못지않게 우려되는 것은 판사 탄핵 시도다. 민주당은 검찰이 구속된 이화영 씨를 회유했다며 수사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화영 유죄 선고가 나오자 수사 검사 탄핵은 김빠진 소리가 됐다. 그러자 판사 탄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당이 맡는다는 관행을 어겨 가며 법사위원장에 정청래 의원을 앉히고 판사들을 언제라도 탄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자기 당 대표를 재판하는 판사들에 대한 탄핵은 웬만큼 후안무치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정청래라면 다르다. 물론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유죄 선고를 앞둔 결정적 순간에 재판을 지연시킬 수는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화영 유죄 선고 직후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84조를 거론하며 해석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지연 전술로 이 대표에 대한 확정 판결이 대선 때까지도 내려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헌법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재명 재판은 속도가 관건이다.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면 재판 중단으로 유무죄를 가릴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 유무죄를 가려봤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사람을 가릴 수 없어서 대통령이 되게 했다면 아무래도 이상하다. 검찰 수사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기 때문에 법원의 선고가 유죄가 될지 무죄가 될지 예단하지 않는다. 유죄든 무죄든 법원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고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다. 3년 가까이 남은 대선 때까지는 이 대표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내려지도록 각급 법원이 최대한 신속히 재판을 진행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