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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배우자에겐 금품 주면 괜찮나?”에 권익위는 뭐라 할 건지

입력 | 2024-06-11 23:27:00



국민권익위원회가 그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명품 백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비위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며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 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했다”고 말했다. 권익위 발표문 가운데 실질적 내용은 이 두 줄이 전부다.

김 여사가 최재영 씨에게서 명품 백을 받은 것을 놓고 한 시민단체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한 것은 지난해 12월 19일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권익위가 접수일로부터 최대 90일 안에 사건을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가 시한을 넘겨 약 6개월간 사건을 끌다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준 결과가 됐다. 용산의 눈치를 살피다 윤 대통령 부부가 해외 순방차 출국한 사이에 어물쩍 매듭지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한 사람에게서 1회에 100만 원 또는 1년에 300만 원을 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배우자에 대해선 처벌 조항이 없고, 이를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도록 돼 있을 뿐이다. 따라서 권익위는 김 여사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것과 대통령 직무의 연관성, 윤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안 뒤 취한 조치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자세히 공개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이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사건 처리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권익위의 발표는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명품 백을 받은 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결정한 근거가 뭔지, 반환 선물로 분류해 대통령실 창고에 보관돼 있는지 등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이러니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에겐 금품을 줘도 괜찮다고 권익위가 인정한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앞뒤는 다 자른 채 ‘종결’만 외친 권익위의 태도는 정부가 이번 의혹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덮는 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