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제작자 대법원 행사 참석 강경 보수 얼리토 발언 몰래 녹음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비판 나와
미국 연방대법관 9명 가운데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74·사진)에 대한 ‘비밀 녹취 파문’으로 워싱턴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 법치주의의 보루로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을 향한 비밀 녹취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에 더해 발언이 녹음되는지 몰랐던 얼리토 대법관이 “좌파와는 타협할 수 없다”고 한 음성파일이 공개되자 그가 대법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대법관들의 정치적 발언을 금한다.
10일 미 연예매체 롤링스톤스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로런 윈저는 자신을 보수 유권자인 듯 꾸며 3일 대법원 역사학회의 연례 만찬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얼리토 대법관,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답변을 몰래 녹음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2005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다. 2022년 6월 대법원이 49년간 보장됐던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권을 폐기할 때 이를 주도했다.
그는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도 논란을 일으켰다. 폭동 직후 그의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자택에 거꾸로 뒤집힌 성조기가 걸린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뒤집힌 성조기 게양은 2020년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이 벌이는 운동이다.
대법원 역사학회는 “대법관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행위를 규탄한다”고 윈저를 비판했다. 다만 비슷한 질문을 받은 로버츠 대법원장이 문제 될 만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얼리토 대법관의 처사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심판’ 노릇을 해야 하는 대법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