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대북송금 1심 판결문 입수 “이재명과 2회 통화” 김성태 주장에… “직접 경험해 구체적” 신빙성 인정 ‘대북사업비, 쌍방울이 대납’ 결론… 北송금 규모 800만달러 모두 인정
이재명 대표
“당시 경기도의 행보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대북정책을 과감히 추진할 것을 예고하는 것이었고, 실제 경기도지사(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고인(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 전 부지사의 판결문에는 이 대표와 관련해 이러한 내용이 적시됐다.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최소화했지만 대북송금 의혹의 최종 결재권자가 이 대표라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특히 이 전 부지사의 역할에 대해 “남북경제협력사업 등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해 기획·추진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의 재량권을 인정하면서도 정책 추진에 앞서 이 대표에게 보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대북사업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이 대표의 주장이 사실과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의 방북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 국제대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실장은 콘래드 호텔에서 경기도지사가 방북하면 자신이 담당할 것이라면서 “백두산에 갈 때도 최신형 헬리콥터, 차량을 준비하고 길거리 환영회도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이 왔을 때보다 크게 행사를 치르겠다”고 약속했고, 이 전 부지사는 “좋다”고 화답했다.
재판부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대북사업을 진행하며 이 대표와 2차례 통화했다는 김 전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모두 인정했다. 2019년 1월 쌍방울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를 건넬 당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건네받은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에게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한 내용이 판결문에 담겼다. 또 같은 해 7월 방북 비용 70만 달러가 처음 북측에 건네진 이후 이 전 부지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이 “북한 사람들 초대해서 행사 잘 치르고, 저 역시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이 대표에게 말했다는 진술도 담겼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라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방북 비용이 북측으로 흘러간 시점을 전후로 경기도 공문이 재차 발송된 점을 두고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황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같은 해 5월 협력사업 점검을 위한 경기도 대표단 방북 요청을 시작으로 △쌀 10만 t 지원(6월) △태풍 피해 복구 협력(9월) △민족협력사업 회의(11월) 등을 명목으로 경기도가 아태위에 이 대표의 방북을 요청하는 공문을 4차례나 보냈다. 검찰은 방북 당사자이자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본인의 방북 추진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그해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방북) 경비는 벌크 캐시(뭉칫돈) 한도가 있다”며 “재판 및 정치적인 문제로 강하게 (방북) 추진을 못했을 뿐 물밑에서는 지속적으로 협상을 해왔다”고 한 부분도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쌍방울이 계열사인 나노스 주가 조작 또는 대북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에 돈을 지급한 것”이라는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가 상승은 2018년 4월인데 김 전 회장이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게 된 시점은 2018년 12월 이후”라며 “그 전까지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검토나 준비를 한 정황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쌍방울이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신 지급한 후 북한 측과의 추가 논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지급이 아니라면 김 전 회장이 또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북한에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