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신 시대’ 기로에 선 한국 금융] 〈上〉 ‘망분리’ 규제에 막힌 AI혁신 “빅데이터 확보 못해 경쟁력 저하 인프라비용 10억… 신생업체 발목 생성형 AI 등 혁신기술 개발 한계”… 금융당국 “망분리 대책 이달 발표”
2014년 말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진 ‘물리적 망분리’는 한국의 금융 발전을 가로막는 ‘대못’ 규제로 꼽힌다. 망분리로 인한 기술적 한계와 진입 장벽에 부딪혀 금융사들의 혁신은 번번이 좌절됐다. 금융권 최초로 인공지능(AI) 자회사를 설립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5년 만에 회사를 폐업 처리했다. 신생 핀테크 업체들도 각종 규제에 갇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신한AI 5년 만에 폐업… 핀테크 회사도 고사 직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달 9일 자회사인 신한AI에 대한 ‘회사 청산 결정에 따른 해산’ 공시를 발표했다. 2019년 국내 최초의 AI 회사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연이은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지난해 신한AI는 46억 원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 “보안 수준별 망분리 합리화… 단계적 완화 검토”
내부망 접속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국내 금융 환경상, 생성형 AI 등 외부에 서버를 두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기술이 발전하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직접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내부망에서 테스트를 해야 한다”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 대비 수익을 건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내 망분리 합리화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별 보안 수준이나 업무 특성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완화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의 해킹 위협과 같은 우리나라만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선 시큐리티빌더 대표는 “해외에서 개인 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에 대해 강력한 처벌 규정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취약한 편”이라며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