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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銀 AI투자 20배 늘릴때, 10년째 규제 묶인 韓금융

입력 | 2024-06-12 03:00:00

내외부 전산망 분리로 AI활용 한계
금융당국 “망 분리 규제 완화 검토”





글로벌 은행들이 지난 10년간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리며 금융 혁신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금융사들은 ‘망분리 규제’라는 족쇄에 갇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로 한국이 ‘AI 금융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삼정KPMG가 발표한 AI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50위권 은행들의 AI 관련 투자액은 9억7000만 달러(약 1조3366억 원)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4년(5000만 달러)의 19.4배로 급증했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AI 관련 기술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생성형 AI에 기반한 챗봇이 단순 상담을 넘어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글로벌 은행들은 연간 실적보고서, 감사보고서 등의 문서 작성을 비롯해 위험 관리나 마케팅까지 AI에 맡기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통한 기술 발전이 금융권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반면 한국 금융사들은 AI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 조사기관인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등 13개사의 AI 기업 관련 총투자액은 7000만 달러(약 964억 원)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2014년 카드사 정보 유출 등 금융 사고를 계기로 내부 전산망과 외부 전산망을 분리해야 하는 망분리 규제가 시행되면서 AI를 활용한 혁신 기술 도입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성형 AI가 금융서비스에 활용되려면 외부로부터 양질의 비금융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데 한국 금융사들은 까다로운 보안 규제 때문에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생성형 AI 활용 등 금융 혁신을 위해 망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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