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상식과 일치하지 않는 심리학 연구결과는 너무 많다. 그중에 하나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에 관한 연구들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서 이미 알고 있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해결이 힘들 때, 창의적인 해결방법을 찾고자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더 많은’ 아이디어를 서로 제시하다 보면, 그중에 완전히 새로운 창의적인 해결방법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각자 지식이나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서로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다 보면, 그것들에 새로운 생각이 서로 자극받고 원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생각들이 막 일어나서 결과적으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생산되는 과정을 예상했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하지만 아무리 평가하지 말자고 열심히 약속하고 다짐해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이상해 보일 거 같은 ‘진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얘기하기를 주저한다. 게다가 누군가가 타인의 생각에 비웃거나 상을 찌푸리거나 고개만 살짝 흔들어도 번개같이 눈치채고 모두 자기검열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상할 거 같은 생각은 감추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뻔한 아이디어만 얘기하다가 브레인스토밍은 허망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 전체에 좀 더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마 정부와 모든 관련 기관,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때 굳이 어떤 아이디어의 황당함을 비난해서 우린 무엇을 얻을까? 그렇게 자기검열을 부추기면 전혀 황당하지 않으면서 매우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딱 나오게 될까…황당하고 부적절한 아이디어는 결국 채택하지 않으면 된다. 우리에게 그 정도 합리성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창의성이 부족한 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