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현상의 원리 예시 . ⓒ News1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브라질 태국 일본 케냐 나이지리아 호주 스페인 등은 올해 기록적 폭염을 경험 중이다. 인도와 멕시코에는 폭염이 수십명의 목숨도 앗아갔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와 텍사스는 폭염이 진을 쳐서 주 전체가 달궈질 일만 남았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2023년은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였지만 올해도 그 못지않을 수 있다. 전 지구 온도 상승을 일으킨 엘니뇨가 가라앉고 바닷물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단계에 들어서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결합하면서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폭염이 허리케인이나 홍수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지난 30년간 미국에 가장 치명적인 기상 현상이었다고 평가한다. 폭염의 기준은 지역마다 다르다. 어떤 지역 평균 온도의 백분위 90~95% 날씨가 이어지는 경우 폭염이다.
사실 북반구에서 이는 늘 있던 현상이기에 이례적인 폭염이 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고기압의 정체다. 지상 5~10㎞ 위의 고기압이 정체되면 땅에서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외곽으로 퍼져나가고 외곽에 있던 덜 데워진 공기는 중심부로 흘러 들어가는 공기 흐름(대류)이 만들어지면서 열돔이 생긴다. 열돔이란 말 그대로 반원 모양의 열막으로, 뜨거운 공기를 일정한 공간에 가두고 더욱더 온도를 높이기에 압력밥솥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열돔 현상은 점점 더 강력하고 오래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고위도인 극지방과 저위도 지역의 기온 차가 줄면서 공기 순환이 상대적으로 덜 이뤄져 대기 흐름이 정체되는 ‘블로킹 현상’ 때문이다. 블로킹 현상 때문에 열돔 현상이 장기화한다.
땀을 증발시켜 체온을 내릴 수 있는 원리대로 땅에 수분이 많으면 이런 상황이라도 온도가 다소 내려갈 수 있지만 이미 건조해진 지역은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다. 건조하면 따뜻해져 더 고기압을 형성하고 강화하는데, 이에 따라 다시 맑은 날씨가 이어져 더 건조해져 태양 복사열이 땅을 더 데울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습한 지역이 폭염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간혹 열과 습도는 같이 결합해 더 위험한 상황을 낳기도 한다. 습도가 높을수록 더운 날씨가 더 괴로운 것과 같은 이치다. 미 남서부처럼 건조해서 더 폭염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페르시아만과 남아시아 등이 이런 지역이다. ‘습구 온도’ 즉 젖은 천으로 감싼 온도계인 습구온도계로 측정한 기온은 습도의 영향까지 감안한 온도다. 땀 등으로 열을 기화시켜 달성할 수 있는 온도 한계치가 있는데 이 습구온도를 넘어서면 그늘에 서 있다고 해도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