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로 면발을 돌돌 말아 신라면을 먹고 있는 미국 어린이들. 농심 제공
“H마트가 미국인의 밥상을 바꿨다.”
지난해 미국에서 신라면이 5억 개 넘게 팔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 시간) ‘K-라면 신드롬’의 산실(産室)로 한국계 유통기업 ‘H마트’를 지목했다. 한국 식품이 미국 주류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미 전역에 점포를 보유한 H마트가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NYT는 이날 “H마트를 그저 ‘이국적인 식료품 가게’라고 칭하지 말라. 미국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호평했다.
H마트는 경북 예천 출신인 권중갑 회장이 1982년 뉴욕 퀸스에 낸 260m²(약 80평) 크기의 식료품 가게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미국 전역에 점포 96개를 둔 기업 가치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수준의 종합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기간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 또한 크게 늘며 H마트의 성장에 한 몫했다. 1980년 아시아계 비중은 미 전체 인구의 1.5%(약 350만 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7.2%(약 2400만 명)로 급증했다.
손님 대부분이 한국계일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비(非)아시아계 손님도 많다. 브라이언 권 H마트 회장은 “최근 손님 3명 중 1명은 아시아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틱톡,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음식 콘텐츠가 크게 유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NYT는 “이제 대학 기숙사, 라틴계 주점, (아시아계 인구가 적은) 중부 월마트에 라면이 없으면 이상하다”고 전했다.
비록 미국 유통업계에서 H마트 등의 점유율이 여전히 1%를 넘지 못하지만 업계에서는 “선두 기업들이 시장조사하러 H마트에 꼭 간다”는 말이 나온다. 라면이 미국인의 주식(主食)으로 등극한 과정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농심 관계자는 “아시아계 슈퍼마켓에 입점한 덕분에 미국 주류 업체들의 눈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미 유통업계 8위 ‘홀푸드마켓’의 부대표를 지낸 에롤 슈와이저도 “아시아계 마트가 최첨단(vanguard)에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