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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에 사는 대학생 A(23)씨는 매주 로또를 구입한다. 꿈을 잘 꾸거나 하루가 잘 풀리는 날엔 큰 기대를 안고 로또 추첨 발표를 기다린다. 5등에 당첨된 게 가장 높은 등수였지만 A씨는 언젠간 1등이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로또에 투자하고 있다.
A씨는 “아무래도 대학생이다 보니 돈이 없어서 큰돈을 얻기 위해 복권을 찾는다”며 “사회적으로는 고물가가 계속되다 보니 한 방을 노리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아 계속 구매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분당에 사는 대학생 B(23)씨는 국내 여행을 다닐 때마다 로또와 연금복권을 산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희망에 기대해서다. B씨는 “연금복권에 당첨된다면 다달이 돈이 들어오니까 여유가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큰돈이 있으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로또·연금복권·경마·경륜 등의 복권을 구매한 가구는 221만 2000가구로 조사 대상 가구(2183만 4000가구)의 10.1%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같은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이다. 복권 구매 가구 비율은 1분기 기준 2020년 9.3%, 2022년 8.8% 등 8~9%를 기록하다가 올해 1분기엔 10%로 올라섰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연도별 복권 판매액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5조 9753억 원, 2022년 6조 4291억 원, 2023년 6조 7507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 가운데 로또 판매액은 5조 6525억 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로또 1등 당첨자 5명 중 1명은 A씨와 B씨처럼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과 생활고로 소득이 불안정해진 젊은 세대 사이에서 로또가 인기를 끌면서 당첨자 수도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33%로 가장 많았고, 30대 14%, 20대 4%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고물가에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는데 로또 당첨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자 당첨액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로또 1등에 당첨된 이들의 1인당 평균 수령 금액은 21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약 25억 원이다.
A씨는 “당장 1억이라는 돈이 없어 당첨금 약 20억 원이 크게 느껴지지만, 만약 당첨돼서 집을 구매하는 상황이 오면 돈이 많이 부족할 것 같아 현실적으로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3 재정포럼4월호’에 실은 ‘복권(로또6/45) 가격의 결정’ 보고서에서 로또 1등 당첨금액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다운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주식 및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로또 1등 당첨금액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선 소비자들의 기대 수익만 고려할 수는 없다. 로또 당첨금이 많아지려면 복권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복권 가격의 지나친 인상이 자칫 서민들의 희망을 빼앗는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 당첨액이 늘어나면 사행성 조장 등의 논란이 한층 심화될 수도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