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美-튀르키예 이어 EU 가세 자국 전기차 산업기반 보호 나서 관세 인상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 40년전 日자동차 홍수에 각국 장벽… 점유율 반짝 올랐다 다시 시장 뺏겨
값싼 중국 전기자동차의 공습을 막기 위해 각국이 관세장벽을 쌓고 있다. 브라질, 미국, 튀르키예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에 나섰다. 자동차 산업이 40여 년 만에 다시 보호무역주의에 휩싸였다.
● 미국 이어 튀르키예·EU도 관세 폭탄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제조사에 통보했다. 현재 10%인 관세율을 다음 달부터 최대 35%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혜택을 누렸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반영한 조치다.
지난달 14일 미국 백악관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무려 100%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25%이던 관세율이 8월부터 4배로 뛴다. 관세 폭탄의 근거는 미국의 무역법 301조.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제조업과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게 백악관이 밝힌 명분이었다.
중국산 전기차의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 역시 3년에 걸쳐 관세를 인상할 계획이다. 현재 10%인 관세율이 7월엔 18%로, 2026년엔 35%까지 오른다.
● 40년 전엔 일본차에 ‘장벽’
하지만 10년간 이어진 이런 보호무역 조치는 추세를 되돌리지 못했다. 일시적으로 미국 빅3(GM, 포드, 스텔란티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지만 1980년대 후반이 되자 다시 시장을 뺏겼다. 정부 보호로 거둔 이익을 임직원 보너스나 자동차와 상관없는 기업 인수에 써버렸기 때문이다. 스콧 린시컴 카토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차에 할당량을 부과해서 빅3를 구하지도, 자동차 노조의 경쟁력을 키우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는 피해를 보았다. 경쟁이 줄어들자 미국 내 차량 가격이 일제히 뛰었기 때문이다. 평균 인상 폭은 대당 1000달러 이상이었고, 이로 인한 미국 소비자의 손실은 연간 60억 달러(약 8조2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1980년대 일본 자동차 기업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앞다퉈 미국에 조립공장을 세웠다. 이는 약 10만 개의 새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보호무역주의로 수천만 명의 소비자는 피해를, 소수의 근로자는 수혜를 본 셈이다.
● 전기차 가격 뛰면 소비자는 손해
관세 장벽 우회를 위해 중국 전기차 기업은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EU와 브라질에선 중국 전기차 기업이 이미 현지 공장을 건설 중이고, 튀르키예는 비야디 공장 유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 전기차 기업의 진출을 막고 있는 미국만 기술적으로 고립될지 모른다. 마틴 울프 FT 칼럼니스트는 “관세는 비효율적이고 퇴행적이고 보복을 초래한다”라면서 “(미국이) 보호무역 정책으로 돌아가는 건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강대국 간 무역전쟁이 우리 기업엔 기회 요인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일본차 할당제가 유지되던 1986년 엑셀의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유럽, 중국이 전기차 관세 전쟁에 휩싸이면서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분석한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