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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조종엽]‘대왕고래 프로젝트’ 자료 비공개 전환 이유 뭘까

입력 | 2024-06-12 23:20:00



1987년 12월 8일 최창락 동력자원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륙붕 6-1광구에서 국내 최초로 양질의 대규모 가스층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부산 동쪽 120km 해상 ‘돌고래3’ 시추공에서 생산 가능성을 시험한 결과 10시간 동안 가스가 분출돼 불길이 타올랐다는 것. 국내 대륙붕 시추 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신군부의 일원인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냐, 아니면 민주 정부냐’, 운명을 가를 대통령 선거일을 1주일여 앞둔 시점이었다.

▷‘산유국의 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흥분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매장 추정량을 묻는 물음에 기술진은 답을 꺼렸다. 정부는 “내년부터 3개의 평가정을 뚫어 경제성 여부를 판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1972년 첫 시추 이래 국내 대륙붕에서 미량의 천연가스나 유층(油層)이 발견된 건 여러 차례 있었다. 경제성이 없었을 뿐이다. 일부 언론 매체들은 발표 시점이 미묘하다는 점을 짚으며 섣부른 기대나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듬해 매장량 평가 시추에서 결국 경제성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를 앞두고 장관이 호들갑을 떤 셈이 됐다.

▷한국석유공사가 경북 포항 영일만 앞 심해에서 석유·가스를 탐사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자료 일부를 비공개로 전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는 정보공개포털에 자료 상당수를 ‘부분공개’ 상태로 올려놨는데, 최근 탐사 시추 관련 자료 등을 비공개로 바꾼 것이다. 공사는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 등을 전환했다”고 했다. ‘등’자가 붙었으니, 개인정보 외 다른 이유로 비공개한 자료도 있다는 얘기다. 공사는 야당의 자료 요구도 ‘국가 자원안보 중요 정보’라며 거부하고 있다. ‘대왕고래’가 몸을 숨긴 것이다.

▷자원 부국의 꿈이 실현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1987년 돌고래3 발표 당시엔 생산 가능성 시험 결과라도 있었다. 이번엔 탐사 시추도 안 한 채 갖고 있던 자료만 새로 분석했다고 한다. 분석한 기업 액트지오의 대표가 브리핑까지 했지만 여러 의문이 깔끔하게 풀리진 않았다. 국민은 ‘대왕고래’가 얼마나 유망하길래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깜짝 발표’한 건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자원 개발은 특성상 언론이나 국민이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선 이번 유전 탐사 결과 발표에 대해 10명 중 6명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직 첫 삽도 안 떴는데 정부가 믿음을 잃은 것이다. 이런 식이면 비단 이번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뚝심 있는 탐사가 필요한 유전 개발이 초장부터 좌초할 우려가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돌고래3의 재판이 되지 않으려면 국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조종엽 논설위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