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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가구로 저소득층 주택 온기 채운다

입력 | 2024-06-13 03:00:00

서울시, 임대주택 리모델링 사업
특급호텔 20곳 가전제품 등 지원… 이달부터 혜택 대상 확대할 방침
따뜻한 식사와 목욕권 제공에 이어… 무료 예방접종 등으로 후원 강화





“옷 몇 벌 가져왔던 게 다인데, 살림살이까지 채우고 나니 신혼부부가 사는 집이 된 것 같아요.”

5일 서울 은평구의 여성 노숙인 출신 주민들이 모여 사는 한 임대주택에서 만난 김순자(가명·60) 씨는 새 살림살이로 빼곡히 채워진 집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과거 갑작스럽게 남편을 떠나보낸 뒤 건강 상태마저 나빠져 장사를 포기했다. 이후 우울감에 삶을 포기하고자 집 없이 서울역 인근을 떠돌다가 우연히 노숙인 시설의 도움을 받게 돼 이곳에 입소했다. 김 씨는 “오랜 길거리 생활로 제대로 된 집에 살아본 것이 너무 오랜만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김 씨와 같은 노숙인, 쪽방 주민 등을 대상으로 살림살이를 채워주는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살림살이를 지원하기 위에 인터컨티넨탈, 롯데호텔 등 20여 개 특급호텔이 뜻을 모았다. 특급호텔은 3∼5년 단위로 내부에서 사용하는 침구류, 가전제품 등을 전면 교체하는데 이때 폐기하는 제품을 시가 기부받아 저소득층 집을 리모델링하는 데 재활용하는 것이다.

● 호텔 침구류·가구로 리모델링

5일 서울 은평구의 여성 노숙인이 모여 사는 한 임대주택에 가구 등이 채워지기 전 모습.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임대주택에선 주민들이 침대, 책상, 소파 등을 빼곡히 실은 차량에서 살림살이를 하나둘 집으로 옮기느라 분주했다. 전날 주민들은 서울시가 호텔용품을 보관하는 재활용센터를 방문해 필요한 침대와 식탁, 가전제품을 직접 골랐다.

텅텅 비었던 집 거실엔 이내 소파와 식탁 등이 자리 잡았고, 작은 방엔 옷장이 생겼다. 다른 방엔 호텔에서 사용하는 침구류가 깔린 침대와 곳곳에 놓인 화분이 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곳 주민 김지은(가명·48) 씨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며 “호텔 후원 물품으로 집이 채워져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이달 말 호텔로부터 물품을 추가로 건네받고 지원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쪽방 주민, 보육원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호텔은 저소득층을 도울 수 있고, 지원받는 이들은 양질의 물품을 받을 수 있어 양측 모두 만족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 쪽방 주민 촘촘히 지원

서울시는 서울 주요 특급호텔로부터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지원받아 저소득층이 사는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시는 그간 쪽방 주민을 대상으로 온기창고, 동행식당, 동행목욕탕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온기창고는 쪽방촌 주민이 배정받은 적립금 한도 내에서 필요한 물품을 자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쪽방촌 특화형 푸드마켓이다.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고를 수 있어 하루 평균 500명 이상이 이용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쪽방촌 주민에게 따뜻한 식사와 편하게 씻을 공간을 제공하는 동행식당과 동행목욕탕도 운영하고 있다. 동행식당은 5개 쪽방촌에 총 43개 식당을 선정해 쪽방 주민들이 하루 1끼 8000원으로 지정된 식당에서 원하는 메뉴를 직접 골라 식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동행목욕탕은 매월 2회 목욕권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도 시는 최근 쪽방 주민 420명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무료로 제공해 쪽방 주민들의 식사와 건강 등을 챙기고 있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물품을 지원받은 이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희망을 심어준 것으로 기증 기관에 감사드린다”며 “민관이 함께 협력해 취약계층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촘촘한 복지정책을 펼쳐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