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문제서 신용회복 지원까지 7가지 개별 사업 하나로 묶어 지정 담당자가 통합 돌봄 제공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가족센터에서 김주연 팀장(오른쪽)이 주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50대 김모 씨는 지난해 딸(16)을 학대한 혐의로 학교 상담교사로부터 신고를 당했다. 퇴행성 디스크로 거동이 불편한 김 씨는 무직 상태가 길어지면서 우울증이 심해지고 술에 의존하는 날이 잦았다.
김 씨 부녀가 웃음을 되찾은 건 동대문구가족센터의 지원을 받으면서부터다. 센터는 김 씨가 약물 치료를 받도록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주고, 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부모 교육도 진행했다. 딸에게는 학습정서 지원 보듬매니저를 보내 학업 적응과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을 도왔다. 김 씨는 “센터에서 운영하는 가족캠프를 같이 다녀오며 딸과 많이 가까워졌다. 이젠 집에서 서로 대화도 하고, 딸한테 직접 요리도 해준다”며 웃었다.
김 씨가 다양한 지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던 건 여성가족부가 올해 도입한 ‘온가족보듬사업’ 덕분이다. 온가족보듬사업은 각 시군구 가족센터에서 1인 가구 지원, 다문화가족 사례 관리 등 대상별로 각각 진행되던 7개 사업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한부모 가족, 청소년 부모, 조손 가족 등 취약·위기 가족에게 전담 돌봄인력을 지정해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 지원한다. 개별 서비스를 각각 다른 담당자를 통해 지원받던 과거에 비해 사례자를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고립된 1인 가구 발굴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동대문구의 경우 전체 가구의 49.1%가 1인 가구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를 고립 고위험군으로 보고 집중 관리하고 있다. 남편과 자녀들이 직장 문제로 타 지역으로 떠난 뒤 5년째 혼자 사는 한모 씨(60)는 센터를 통해 알게 된 1인 가구 자조모임 등을 통해 정서적 위기를 극복했다. 한 씨는 “미술 및 음악 치료도 받고 비슷한 상황의 또래를 만나며 헛헛한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온가족보듬사업은 위기 특성을 파악하는 가족 상담, 미혼모·한부모 지원 같은 사례 관리, 교육문화 프로그램 및 자조모임, 긴급위기 지원 등 4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미영 동대문구가족센터장은 “취약·위기가족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신건강 위기 시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