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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인력이 맞춤 지원… 위기가정에 웃음 찾아주는 ‘온가족보듬사업’

입력 | 2024-06-13 03:00:00

건강문제서 신용회복 지원까지
7가지 개별 사업 하나로 묶어
지정 담당자가 통합 돌봄 제공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가족센터에서 김주연 팀장(오른쪽)이 주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50대 김모 씨는 지난해 딸(16)을 학대한 혐의로 학교 상담교사로부터 신고를 당했다. 퇴행성 디스크로 거동이 불편한 김 씨는 무직 상태가 길어지면서 우울증이 심해지고 술에 의존하는 날이 잦았다.

김 씨 부녀가 웃음을 되찾은 건 동대문구가족센터의 지원을 받으면서부터다. 센터는 김 씨가 약물 치료를 받도록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주고, 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부모 교육도 진행했다. 딸에게는 학습정서 지원 보듬매니저를 보내 학업 적응과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을 도왔다. 김 씨는 “센터에서 운영하는 가족캠프를 같이 다녀오며 딸과 많이 가까워졌다. 이젠 집에서 서로 대화도 하고, 딸한테 직접 요리도 해준다”며 웃었다.

김 씨가 다양한 지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던 건 여성가족부가 올해 도입한 ‘온가족보듬사업’ 덕분이다. 온가족보듬사업은 각 시군구 가족센터에서 1인 가구 지원, 다문화가족 사례 관리 등 대상별로 각각 진행되던 7개 사업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한부모 가족, 청소년 부모, 조손 가족 등 취약·위기 가족에게 전담 돌봄인력을 지정해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 지원한다. 개별 서비스를 각각 다른 담당자를 통해 지원받던 과거에 비해 사례자를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가족 위기는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혼자 자녀를 키우는 결혼이주여성은 건강이 좋지 않아 자녀가 엄마를 돌봐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센터는 이런 복합위기 가구의 경우 후원자를 연결해주고, 병원 동행과 구직을 돕는다. 몽골에서 온 노모 씨(58)는 정신질환 증세와 청력 감퇴를 겪고 있는 남편을 돌보고 있다. 센터는 배우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보청기 지원 연계 등을 통해 이 가정을 돕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등을 통해 빚 탕감도 지원했다. 노 씨는 “남편은 병원에 가길 거부하고 빚도 많아 너무 힘들었는데, 이젠 아르바이트도 시작하고 의지할 곳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고 했다.

고립된 1인 가구 발굴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동대문구의 경우 전체 가구의 49.1%가 1인 가구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를 고립 고위험군으로 보고 집중 관리하고 있다. 남편과 자녀들이 직장 문제로 타 지역으로 떠난 뒤 5년째 혼자 사는 한모 씨(60)는 센터를 통해 알게 된 1인 가구 자조모임 등을 통해 정서적 위기를 극복했다. 한 씨는 “미술 및 음악 치료도 받고 비슷한 상황의 또래를 만나며 헛헛한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온가족보듬사업은 위기 특성을 파악하는 가족 상담, 미혼모·한부모 지원 같은 사례 관리, 교육문화 프로그램 및 자조모임, 긴급위기 지원 등 4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미영 동대문구가족센터장은 “취약·위기가족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신건강 위기 시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