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여사 제재 규정 없다”만 되풀이 직무 관련성 불인정 이유 설명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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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사실을 신고할 법률상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10일 권익위가 이 사건에 대해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조사 종결 처리를 발표한 뒤 ‘맹탕 조사’ 논란이 커지자 이틀 만에 추가 입장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도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는 김 여사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며 조사를 종결 처리했다는 기존 입장만 재차 확인했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은 이날 “객관적인 사정과 밖으로 드러난 (명품 가방) 제공자의 진술을 종합했을 때 (권익위 전원위원회의) 다수 의견은 (윤 대통령) 직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가 받은 금품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 있을 경우에만 공직자가 이를 수사기관이나 권익위 등에 신고할 의무가 생긴다고 정하고 있다. 김 여사가 최재영 씨로부터 가방을 받은 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만큼 윤 대통령이 이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고 권익위는 봤다는 것. 설령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 기록물’이 되는 만큼 “이 경우에도 청탁금지법상 대통령의 신고 의무가 없다”고 정 부위원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을 인정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준 최 씨가 ‘청탁 취지가 아니었다’고 했다는 언론 인터뷰 내용 등만을 근거로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등 결론을 내린 게 섣부른 판단이란 지적도 나온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권익위가 접수일로부터 최대 90일 안에 사건을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권익위는 6개월여 만에 이번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권익위가 사건을 끌다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 부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라 (4월) 선거 기간에 검토를 중지했다”면서 “선거가 끝난 뒤부터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정리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청렴과 공정의 최후 보루여야 할 권익위가 공직자에게 뇌물 수수의 꼼수를 알려주는 부패 세탁소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