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8~19일 방북 가능성 주시 푸틴, 김정일 이후 24년만에 평양행 中과 소원해진 北, 대러관계 사활 위성기술-무기지원 맞교환할듯
작년 9월 러시아서 열린 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주초 평양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방북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에 평양을 찾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는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지 9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북-러 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되면 가장 큰 관심사는 양국 간 군사협력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날린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공중에서 폭발해 실패한 만큼, 진전된 관련 기술을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평양까지 가는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 등 무기 지원을 더욱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푸틴 환영 행사 관전 위해 구조물 등 설치”
정부는 현재 북한에서 푸틴 방북 준비가 임박한 동향을 포착해 주시하고 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선 북-러 주요 인사들이 푸틴 대통령 환영 행사를 관전할 수 있는 관망대 등 구조물 설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도 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일성광장 연단 바로 옆에서 전에 없던 흰색 물체를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또 11일 위성사진에선 광장 북쪽에 정사각형 모양의 흰색 대형 구조물 2개와 남쪽에 약 100m 길이의 흰색 대형 구조물이 정렬된 모습도 확인했다. 정부 소식통은 “대규모 인파를 동원한 환영 행사 준비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푸틴 대통령 방문은 특히 북한이 더 강하게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1월에 최선희 외무상을 보냈을 때도 정상회담 세부 일정을 잡자고 거듭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후 러시아도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을 3월 평양에 보내는 등 북-러 간 고위급 인사의 교류가 이어지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가시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혈맹(血盟)인 중국과 최근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진 만큼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러 관계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중국의 관심과 협력을 끌어낼 카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북한이 최근 ‘오물 풍선’ 등 집중 도발을 이어오다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대남 도발 수위 조절에 나선 것도 푸틴 대통령 방북을 의식한 숨 고르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회담이 열리면 핵심 의제는 크게 군사와 경제협력 등 두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꾸준히 이어온 만큼 이번엔 그 협력 강화를 확인하는 동시에 서로 필요한 ‘핀포인트’ 지원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한반도 유사시 ‘긴밀하게 협의한다’ 수준의 군사협력 제도화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찰위성 기술을 포함한 ‘우주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일부 기술을 지원받아 신형 엔진을 장착해 2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이번엔 정상이 직접 방문하는 만큼 북한은 러시아에 추가 기술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아예 엔진 완제품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미그-29 등 북한 전투기 개량을 도와줄 수도 있다. 북한 전투기의 기반은 러시아제여서 러시아 지원이 필수인데, 이미 러시아가 북한에 일부 지원한 정황은 우리 정부가 포착했다. 이번 정상 방문을 계기로 그 지원 폭이 커질 수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