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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AI칩 추격 봉쇄 나선 美, 첨단기술-HBM 수출통제 추진

입력 | 2024-06-13 03:00:00

中의 AI모델 구축 시스템 어렵게
초기 기술 상용화 이전 차단이 목표
수출규제 우회한 칩 재판매 규제도
시진핑 “혁신 지속” 정면돌파 의지





미국이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중국을 겨냥한 추가 반도체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생산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기술을 대대적으로 규제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같은 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개방을 통한 혁신’을 통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미국의 관련 방침이 알려진 12일 “미국의 조치는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으며 중국 기업이 자립하도록 장려할 뿐”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9월 출시 예정인 AI 반도체 ‘성텅(昇騰) 910C’의 성능이 전 세계 AI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의 ‘H200’에 필적할 것이라는 보도도 같은 날 나왔다.

● AI칩 위한 첨단기술까지 미리 원천 차단

블룸버그는 “미국의 목표는 중국이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시스템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초기 단계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부터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범용 반도체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했지만 아직 GAA, HBM 분야에서는 앞서지 못했다. 하지만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인 AI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첨단 기술까지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GAA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감싸는 공법이다. 현재 쓰이는 핀펫 공정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도 높다. 삼성전자는 2022년 GAA 기술을 적용한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양산에 성공했다. 대만 TSMC도 내년에 2나노 공정부터 GAA를 처음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이 자체 GAA 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기술 접근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별도로 GAA 공정을 통해 생산된 반도체의 중국 반입을 막는 직접 판매 규제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GAA 공정을 사용한 고객사 중에는 중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판세미’ 등도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반도체 구동을 지원하는 핵심 요소다.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HBM이 더 많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이 업계의 선두 주자다.

미국은 12일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재판매를 겨냥한 규제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로 재판매된 미국 반도체를 사들여 중국 기업에 판매하는 이른바 ‘리셀러(reseller)’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 習 “기술 혁신 지속” 美 견제 돌파 의지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1일 회의에서 “개방을 통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과 협력해 미국의 견제를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AI와 관련해 중국과의 대화를 희망한다면서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압박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말과 행동이 다른 거짓된 면모를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화웨이는 자체 AI용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 매체인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성텅 910B’는 엔비디아의 ‘H200’과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최근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특히 이 매체는 9월 출시 예정인 ‘성텅 910C’의 개당 가격이 20만 위안(약 3800만 원)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개당 최대 4만 달러(약 5600만 원)로 추정되는 H200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