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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올해 금리 1차례 인하 시사…파월 “물가지표 한번 좋다고 움직이긴 일러”

입력 | 2024-06-13 05:39:00

연준 7차례 연속 동결, 기준금리 5.25~5.5%
연말 금리전망 중간값은 5.0~5.25%
파월 “한번, 두 번 인하 전망 둘다 여전히 가능”

점도표보다 비둘기적 파월-빅테크 랠리에
나스닥 1.5% 상승… 또 최고치 경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2일(현지시간)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물가 지표 하나 좋게 나왔다고 움직일 수는 없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 전년대비 3.3%로 시장 전망을 소폭 상회하는 등 물가 둔화 시그널에 대해 “희망적이다”,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지만 이것만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렇다고 매파적인 기자회견은 아니었다. 이날 연준 위원들은 올해말 금리 경로를 기존 3차례 인하 전망에서 1차례 인하로 대폭 인하 전망치를 축소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점도표는 점도표일 뿐, 금리 인하 타이밍은 그때그때 데이터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인하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코멘트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불렀던 뜨거운 5월 비농업 신규고용 지표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 됐을 수 있다”며 고용 시장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 위원들이 연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인데 대해서도 “보수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언제, 무엇때문에 인하할지는 아직 가이드 라인을 줄 수 없다’란 메시지라는 총평이다. 금리 인하가 언제 될지, 9월에 가능할지 여전히 불투명한 셈이다. 파월 기자회견과 함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400포인트를 넘어섰고, 나스닥지수는 장중 2%에서 상승폭을 줄인 1.53% 가량으로 장을 마쳤다.



●연준 금리 3회에서 1회로 인하 전망

미 연준은 이날 기존 시장 전망대로 기준 금리를 7차례 연속 동결해 5.25~5.50%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를 유지했다.

이번 FOMC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할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연준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각각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각 점들의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5.1%로 기존 전망(4.6%)에서 0.5%포인트 뛰었다.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점도표상 연준 위원들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생각이 매우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8명은 두 차례 인하, 7명은 1차례 인하, 4명은 ‘올해 인하 없다’를 찍었다. 이에 따른 19명 위원들의 연말 금리 중간값은 5.0~5.25%로 현 금리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대신 내년에 4차례 인하해 2025년 말 금리는 4.0~4.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9명 중 15명이 한 두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한 것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두 가지 안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연준위원들의 물가 전망은 매파적이었다.이날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로 시장 전망치(3.4%)를 하회했지만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린 것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의 올해 말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8%로 올렸다. 이미 4월에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2.8%를 기록했는데 연말까지 이 수치가 유지될 것으로 본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이달 말에 이미 근원 PCE 물가지수가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왜 물가상승률을 높게 계산했는지, 이 것이 금리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라는 질문이 나오자 파월 의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비교 대상 수치(대조군)가 이미 낮아져 전년 대비 계산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계산적 예측”이라며 “보수적으로 가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9월? 11월? 인하 시점은

인하 시점에 대해서 파월 의장은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 설명을 꺼렸다. ‘오늘 같은 인플레 둔화 진전을 보인 CPI 지표가 나온다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살아있다고 볼 수 있나’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얼마가 더 나와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식으로는 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점도표는 말그대로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고 앞으로의 회의와 경제 데이터를 두고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만 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파월의 기자회견 이후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60%로 이날 오전의 70%에 비해 낮췄다. 11월까지 인하 단행 가능성은 약 75%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증시는 애플과 오라클 등 빅테크 랠리에 힘입어 나스닥지수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순항했다. 다만 시장이 연준의 메시지를 분석하면서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애나 왕 이코노미스트는 “19명 중 4명이나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상당수가 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해야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강도 긴축에 고통스러운 미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없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고물가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전체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라며 물가 억제 의지를 보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