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7월부터 수입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최대 48.1% 부과할 것을 예고하면서 유럽과 중국 간의 전기차 전쟁의 막이 올랐다. EU는 비야디(BYD) 17.4%, 지리 20%, 상하이자동차(SAIC) 38.1%로 중국 기업들에는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에서 유럽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테슬라와 BMW와 같은 서구 생산업체는 협력 기업으로 간주해 21%의 관세를 매겼다. 이는 잠정 관세로 7월 4일부터 적용됐다가 11월2일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앞서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로 관세를 100%로 상향하기로 했고 이어 튀르키예는 4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역시 3년에 걸쳐 현재 10%인 관세를 35%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자동차 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가 재점화된 것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고율의 관세를 매겼던 전례는 약 40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는 일본산 자동차였는데 이제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을 문제 삼아 중국 전기차가 타깃이 됐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전기차는 아직은 서구 브랜드 차가 많지만, 중국 브랜드도 싼 가격을 강점으로 삼아 약진하고 있었다. 비정부기구인 교통과환경(T&E)에 따르면 2023년에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 자동차의 19.5%가 중국에서 제조되었다. 이들 중 다수는 테슬라, 다치아 또는 BMW 같은 서구 자동차 브랜드였다. 한편 BYD와 MG와 같은 중국 브랜드는 올해 11%의 시장 점유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이 단체는 추정하고 있었다.
이어 “EU 집행위원회는 한 손으로는 녹색 발전의 깃발을 높이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보호주의’라는 큰 막대기를 휘두르며 경제와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고 있다”며 “이는 협력 강화에 대한 중국과 EU 지도자들의 합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 관리들은 “(이번 조치는) 중국과 EU 간 양국 경제무역 협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EU의 후속 조치를 면밀히 주시하고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확고히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단호히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결정 전 EU 집행위원회는 강력한 로비에 시달렸다. 중국 정부가 농업이나 항공 부문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보아서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중국 정부의 보복 관세 타깃이 될 것을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농업, 항공, 대형 엔진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우려대로 중국은 이미 일부 종류의 유럽 주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곧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전면적인 관세 전쟁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