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경제권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6일(현지 시간) 기준금리가 전격 인하돼 주목을 받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에 이어 선진국으로선 선제적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다른 중앙은행들의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 금리 내리며 물가 전망치는 올려
6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프랑크푸르트=신화 뉴시스
이에 시장은 금리 방향을 알 수 없게 됐다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라가르드 총재가 (그간 금리인하를 자주 시사했기 때문에) 마지못해 금리를 인하했다”며 “시장은 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점점 더 의문시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내년 물가상승률이 상향된 점에 “더욱 놀라운 일”이라고 짚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10일엔 좀더 명확하게 말했다. 이날 유럽 언론사 4곳과의 인터뷰에서 “필요한 만큼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긴 했지만 인상을 하는 데도 적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시장은 ECB가 일단 7월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라가르드, 실기론 피하려 선수 쳐”
ECB는 금리를 내리면 주택시장과 기업, 소비자가 새로운 투자와 소비 활력을 찾을 것으로 봤을 것이다. 독일 은행 베렌베르크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ECB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가계와 기업의 관심을 끌고 투자 심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ECB의 금리 인하 당일 “오늘 금리 인하의 가장 큰 혜택은 한 사람, 라가르드 총재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 나중에 (다른 중앙은행들이 인하하는 시기에)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인하가 옳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유럽 언론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경제 활력을 기대하는 반면 미국 언론들은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라가르드 총재가 그간 금리인하를 재차 예고했기 때문에 그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금리를 내렸다면서 “ECB는 장기적으로 미국과 다른 길을 택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