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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대 ROTC도 무산… 장교 인기 하락에 “사병으로 빨리 다녀올래요”

입력 | 2024-06-13 15:28:00

‘경찰 전문’ 병역자원 활용 난망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ROTC 지원 상담센터. 동아일보DB

경찰대 학군장교(ROTC)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다. 일반 사병의 월급이 오르고 복무 기간이 짧아지자 장교 복무의 인기가 크게 줄면서 올해 전국 주요 대학 ROTC 임관 장교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는데, 이런 영향이 경찰대에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경찰대 학생들 “복무 기간도 짧고 월급도 짭짤한 사병이 나아”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해 5월 의무경찰(의경) 제도가 폐지된 시점을 전후로 군과 만나 경찰대에 ROTC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의경은 지난해 5월 17일 마지막 기수 전역을 끝으로 폐지됐다. 경찰대는 학생이 장교나 부사관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는 길이 현재로서는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해 ROTC 제도 도입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경찰대생이 원하면 학사장교로 지원할 수 있지만 ROTC와 달리 학교 졸업 후 장교훈련소에 들어가야 하고 복무기간도 훈련을 포함해 통상 40개월로 더 길어서 선호되지 않는다. 경찰대는 군사경찰(옛 헌병)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방안도 실무단계에서 군과 협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년이 흐른 현재 도입 논의는 진전을 거의 이루지 못하면서 제자리걸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경찰대생들이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경찰대 관계자는 “여러모로 검토했지만 정작 수요자(경찰대생)가 딱히 원하지 않았다”며 “장교의 군 복무기간이 혹시 단축된다면 도입할 여건이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논의가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경찰대 재학생 A 씨는 “장교는 복무기간이 사병보다 한참 길고, 요즘은 사병과 장교 간 봉급 차이도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동기, 선후배들도 사병 복무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찰대와 군 입장에서는 인원 부족 문제도 난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8월 경찰대가 외부에 ‘3학년 편입학’을 허용한 이후 정원 100명 중 절반(50명)을 편입생으로 선발하면서 현재 경찰대 중 ‘병역 자원’으로 분류될 수 있는 고졸 신입생은 한 학년당 이전 정원의 절반인 50명에 그친다. 이마저도 신입생 중 통상 20~30%는 여학생임을 고려하면, 입대 가능 자원은 100명 중 30명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ROTC나 군사경찰 입대를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군 입장에서도 한계가 뚜렷했다”고 전했다.





● “경찰대생은 좋은 지휘관 자원, 사병으로 보내는 건 국가적 손실”
경찰대생들이 졸업 후 의경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병역을 대체하는 병역 특례는 경찰대의 가장 큰 특혜 중 하나로 꼽혀왔었다. 경위 3호봉으로 임용돼 연간 수천만 원의 연봉을 받아 가며 의경 부대의 소대장으로 군 생활을 갈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번 정부 들어 경찰대 개혁과 의경 폐지가 맞물리면서 지난해부터 이런 기회가 사라졌다.

다만 병역특례 폐지와 함께 장교로 복무할 기회 자체도 사실상 사라지면서 일각에서는 경찰대생들 병역 선택권이 되레 너무 급격히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5월 폐지된 의경 제도와 병역특례를 제한한 경찰대 개혁 이후 앞으로 경찰대생은 사병으로밖에 근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좋은 지휘관 자원인 경찰대생들이 사병으로 복무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생은 어린 나이에도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받기 때문에 좋은 지휘관 자원”이라며 “이들이 사병으로 근무하는 것은 안 그래도 허리층이 비어있는 군과 사회에 무형적 손실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