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공급망 재편 흐름따라 투자금도 이동 日-印엔 외국인 투자자들 몰려… 정부 도입 ‘밸류업’ 효과엔 시간 걸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제도개선 필요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중 패권 분쟁에서 소외되면서 국내 증시의 저평가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소외되면서 코스피 등 국내 증시가 역대급으로 저평가돼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코스피는 3,000 선 정도는 넘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나빠지지 않았는데도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훨씬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대표적인 국내 자본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 美·中 패권 다툼서 韓 증시 소외…역대급 저평가
황 위원은 “중국의 대체 국가로 급부상한 인도 역시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증시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일본과 인도 등 중국을 압박할 미국의 우방들이 각광받으면서 한국 증시에 그림자가 더 길게 드리웠다는 게 황 위원의 평가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코스피 등 한국 증시를 떠나는 이른바 ‘주식 이민’에 대해서도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는 반면 한국 증시는 수평 이동 중”이라며 “수익이 나는 곳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쪼개기 상장이나 기업공개(IPO) 주가 급락 등으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장기 투자자들이 해외로 떠나고 국내 증시에는 ‘단타’ 투자자만 남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 “상법 개정 필요…공매도는 주가 등락과는 무관”
황 위원은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도입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자율성에 의존하는 탓에 효과를 보려면 장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사 충실 의무 대상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을 대표적인 제도 개선안으로 제안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반발이 크겠지만 최근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주기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제도를 개선할 경우 즉각적인 주가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