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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사태’ 권도형, 벌금 6조 원 내기로 美 당국과 합의

입력 | 2024-06-13 19:39:00

ⓒ뉴시스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사진)가 미국에 44억7000만 달러(약 6조 원)의 벌금 및 환수금을 납부하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했다. 당초 SEC가 책정한 52억6000만 달러보다 적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EC는 12일(현지 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 재판부에 권 씨와 합의한 내용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테라폼랩스의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되고, 테라폼랩스의 남은 자산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신탁관리자를 뽑게 된다. 또 권 씨는 어떤 미 상장기업에서도 이사나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앞서 2021년 SEC는 “테라폼랩스가 투자자들에게 테라가 안전하다고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권 씨 측은 “가상화폐의 발행과 매각은 대부분 미국 밖에서 이뤄져 미 당국이 벌금을 매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올 4월 패소했다. 이번 합의는 그의 패소 두 달만에 이뤄졌다.

SEC가 실제 이 돈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올 4월 테라폼랩스가 미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회사 부채가 4억5090만 달러로 자산(4억3010만 달러)보다 많다. 또 테라폼랩스 자산에 대한 우선권은 SEC가 아닌 채권자에 있다. 다만 SEC 측은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불법 행위로 챙긴 부당이익이 40억 달러가 넘는다”며 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합의는 현재 별도로 진행 중인 미국 내 형사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 검찰은 이미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권 씨를 형사기소했다.

이번 민사 재판은 피고의 직접 출석 의무가 없어 궐석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권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 여권 위조 혐의로 구금돼 있다. 한국과 미국은 줄곧 그를 데려오기 위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여왔다. 몬테네그로 당국의 최종 결정이 지연되면서 그가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권 씨는 금융 사기에 대한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