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리 에세이스트
9년 전 나의 결혼식. 혼주석에 혼자 앉아 딸을 보던 엄마. 결혼식장 불이 꺼지고, 손님들 떠나보내고, 고왔던 한복 벗어 반납하고, 신혼여행 잘 다녀오라 딸이랑 사위 안아주고, 터미널까지 데려다준 아들이랑 인사하고, 엄마는 심야버스에 올라탔다. 초겨울 밤, 사람들 꾸벅꾸벅 졸다 잠든 버스에서 엄마만 울었다. 굽이굽이 대관령을 넘어가던 심야버스에서 덜컹거리며 울던 엄마는 얼마나 헛헛하고 쓸쓸하고 추웠을까. 9년 동안 그걸 몰랐다. 부모의 깊은 속을 자식은 암만 해도 모른다.
남동생의 결혼식. 엄마는 이번에도 혼주석에 혼자 앉아 아들을 보냈다. 행복하게 잘살아라. 아들의 등을 밀어주는 엄마의 등을 바라보며, 나도 잘 보내줘야지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씩씩하게 엄마 배웅.
“숙아, 타라!” 여장부 친구가 핸들을 걸쳐 잡고 운전석 창문을 내리며 외쳤다. 12인승 승합차 문이 드르륵 열렸다. 마지막까지 기다려준 엄마의 친구들. 기쁜 자리에 술 한 잔씩 얼큰히 마시고는 발그레하게 웃고 있었다. “여와 앉아라.” 다닥다닥 붙어 앉은 친구들이 센터 자리로 엄마를 불렀다. “야야, 너무 기다렸지.” 엄마가 들뜬 목소리로 어린애처럼 폴짝 올라탔다. “딸내미 고생했대이. 엄만 여 맡겨라.” 친구들이 날 보며 와하하 웃었다. 그 시절 국민학생들처럼 왜들 이리도 천진하고 명랑한지. 엄마의 정다운 친구들이 고마워서 찡했다.
“딸아, 엄마 간다.” 엄마가 웃었다. 나도 힘껏 웃었다. 통통 튀는 듯 달려가는 승합차 꽁무니가 사라질 때까지 나는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엄마 잘 가. 훌훌 즐겁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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