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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디올백 제공자가 외국인이라”… 더 옹색해진 권익위의 변명

입력 | 2024-06-13 23:27:00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 종결 처리에 대한 추가 설명을 했으나 군색한 변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이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그러나 관련자에 대한 조사 없이 결론을 내려 맹탕 조사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 부위원장은 “직무 관련성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신고 의무가 없다”고 전제한 뒤 설령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디올백을 선물한 최재영 씨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선물은 공직자윤리법 15조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에 해당하고 그것은 대통령기록물로 간주돼 신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씨의 선물이 관례상 어쩔 수 없이 받는 선물이라고 볼 수 없고 게다가 관례상 받는 선물은 지체없이 신고하도록 돼 있다. 가정을 한 것이긴 하지만 부적절하고 부정확하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알선수재 등 다른 법률에 따른 혐의가 의심되면 수사를 의뢰한다. 정 부위원장은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언급하면서 “불소추에는 기소뿐만 아니라 조사나 수사도 포함된다고 봐서 대통령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여겼다”며 다른 법률 위반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기소되지 않는 특권일 뿐이고 조사나 수사는 가능하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 때 그런 사례도 있다. 정 부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대통령의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권익위 조사까지 처음부터 배제되는 불합리한 결론이 나온다.

정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가 윤 대통령 대선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갔다. 윤 정부 출범 이후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경찰국 신설 논리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권익위는 사건을 접수하면 90일 안에 처리해야 하나 김 여사 사건은 미루고 미루다가 6개월 만에 처리했다. 종결 처리 시점이 하필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는 중이어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혹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