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주택청약통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2022년 6월 2703만1911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올해 4월 2556만1356명으로 줄었다. 2년도 안 돼 청약통장 147만 개가 사라진 것이다.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시들어가는 청약통장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불씨를 지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분양주택 청약 때 인정되는 청약통장 월 납입액 한도를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린다고 13일 밝혔다. 납입 인정액이 늘어나는 것은 1983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매월 2만∼50만 원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월 10만 원까지만 납입액으로 인정돼 더 넣을 유인이 없었다. 월 25만 원까지 넣으면 올해부터 300만 원으로 늘어난 청약통장 소득공제 한도도 모두 채울 수 있다.
▷일견 한도가 늘어나면 무주택 청년에게 기회가 더 돌아갈 수 있다. 공공주택은 청약통장 저축총액 순으로 당첨자를 정하는데, 현재 당첨선은 1200만∼1500만 원으로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서울의 공공주택에 당첨되려면 평균 18년 이상을 부어야 했다. 납입기간이 짧은 청년들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납입 인정액이 늘어나 그만큼 더 저축하면 청년층도 예전보다 짧은 기간에 당첨선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으로 납입액을 늘리면 생각보다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
▷납입액 한도를 높이는 게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앞당겨 줄 수 있을지는 궁극적으로 의문이다. 통장이 있어도 마땅히 사용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LH의 공공분양 공급 목표는 6만 채였지만 실제 공급은 3185채로 목표 대비 5.3%에 그쳤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으로 민간 공급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마저 손을 놓고 있으면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청약할 곳 자체가 없으면 당첨 가능성이 높아져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