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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수상 자폭드론으로 홍해 선박 첫 공격… 물류 동맥 또 긴장

입력 | 2024-06-14 03:00:00

그리스 화물선 타깃… 선체 손상 입혀
우크라가 러 흑해함대 타격때 사용
하마스 “이스라엘 철수 서면보증을”
블링컨 “모두 수용하기는 불가능”



그리스 화물선 ‘튜터’ 호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자폭 무인정(USV·수상 드론)으로 그리스 화물선을 공격했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뒤 하마스를 지지하며 홍해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서양 선박을 공격해 왔지만 수상 드론을 동원한 건 처음이다. 미국 영국 등은 연합군을 구성해 공세를 높여 왔으나, 후티가 이번 공격으로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세계 물류 동맥’인 수에즈 운하와 홍해 항로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휴전안에 대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영구 휴전에 대한 ‘서면 보증’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수용 불가 입장인 이스라엘은 북부 국경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연일 교전을 이어가며 중동 전역에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 후티, 수상 드론으로 화물선 공격

AP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12일 홍해에서 수상 드론 등을 동원해 그리스 화물선 ‘튜터’호를 공격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예멘 호데이다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25km 떨어진 해상에서 튜터호 후미에 작은 흰색 물체들이 충돌 폭발해 선체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이후 추가 미사일 공격으로 배에 물이 차고 엔진실에 손상을 입었다. 후티도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때까지 해상을 봉쇄하겠다면서 민간 선박과 군함 등을 공격해 왔다. 올 2월 영국 선박 ‘루비마르’호를 침몰시켰고, 3월엔 그리스 선박 ‘트루 컨피던스’호를 공격해 선원 3명이 숨졌다.

수상 드론은 5∼7m로 크기는 작지만 해상전에서 강력한 위력을 과시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해군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함대에 타격을 입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앞서 2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자위권 차원에서 후티의 수상 드론 거점 등에 대한 공격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후티는 여전히 수상 드론 공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 공격으로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잇는 항로가 여전히 위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세계 상품 무역량의 12%,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담당해 온 해당 항로의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물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 하마스, 완전 종전 ‘서면 보증’ 요구

로이터통신은 12일 이집트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안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영구 종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즉각 철수 등을 서면으로 보증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 인질 석방 및 6주 휴전 등을 1단계로 제시한 휴전안을 단계별로 확실하게 문서로 보장해 주길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더 구체적인 ‘수정 휴전안’도 미국에 역제안했다. 1단계부터 이스라엘군이 철수를 시작해야 하며, 2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더라도 종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구 종전 등이 휴전안에 담기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카타르 도하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수정 사항 중 일부는 실행 가능하나 일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종전과 이스라엘군 즉각 철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친이란 무장정파인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교전은 전면전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1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탈레브 사미 압둘라 지휘관 사망 후 12일 미사일 250발을 퍼붓는 대규모 보복 공격을 가했다. 헤즈볼라 고위 당국자는 이날 거행된 압둘라의 장례식에서 “강도와 양적, 질적 측면에서 작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