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라고사의 ‘고야 미술관’ 허위 정보 다룬 ‘블랙 페인팅’ 눈길
프란시스코 고야의 판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1799년경). 사라고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해 설명한 프라도 미술관 큐레이터 하이에르 포르투스 페레스는 “벨라스케스가 표현에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면, 고야는 인간 내면을 표현하는 길을 열었다”며 “개인적으로 더 매력을 느끼는 예술가는 고야”라고 했다. 구드룬 마우러 역시 “수십 년간 고야를 연구했지만,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끊임없이 새 질문이 나오는 작가”라며 “고야의 예술 세계를 탐구하기로 한 것은 내 생애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했다.
이렇게 전문가들을 고야가 매료시키는 것은 그가 인간 본성, 자아, 정체성 등 철학적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이는 종교나 국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루는 것이 목적이었던 서양 미술 역사의 새로운 흐름이다. 이런 고야의 예술 세계를 그의 고향 사라고사에 있는 고야 미술관의 판화를 통해 더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보통 의뢰를 받아야 그릴 수 있는 유화는 주로 왕이나 귀족, 교회를 위해 그려진다. 그러나 판화는 비교적 제작비가 저렴하고 여러 장 찍을 수 있기에 대중에 유통하고 판매하는 목적으로도 만들 수 있었다. 고야는 이런 판화의 특성을 활용해 ‘전쟁의 참상’ ‘카프리초스’ 등 좀 더 솔직한 자기 생각을 담은 판화집을 만들었다. ‘카프리초스’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같은 상징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사라고사=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