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7연속 동결… 5.5% 유지 파월 ‘9월 인하’도 배제 안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말까지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유럽과 캐나다가 금리 인하로 ‘피벗’(정책 전환)에 나섰지만, 미국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며 고금리 유지에 무게를 뒀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7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 미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말 금리 중간값은 5.1%(5.0∼5.25%)로 현 금리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로 시장 전망치(3.4%)를 하회하는 등 물가상승률 둔화 시그널이 나왔지만, 연준은 기존 3차례 인하에서 1차례 인하로 인하 전망 폭을 오히려 축소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CPI 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진전을 보여줬지만, 한 번 좋은 지표가 나왔다고 바로 움직일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두 차례 인하도 “가능하다”고 덧붙여, 9월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기준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이날 오전 CPI 발표 직후 9월 인하 가능성을 약 70%까지 내다봤으나 파월 기자회견 이후 60%로 낮췄다.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연속 동결함으로써,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를 유지했다.
韓銀도 빨라야 4분기나 내년 금리 내릴듯
美, 금리 올 1차례 인하 시사
이번 FOMC에서 가장 주목한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이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1%(5.0∼5.25%)로, 기존 전망(4.6%)에서 0.5%포인트 뛰었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8명은 두 차례 인하, 7명은 1차례 인하, 4명은 ‘올해 인하 없다’를 찍었다.
파월 의장은 인하 시점에 대해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 설명을 꺼렸다. 그는 “얼마가 더 나와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단 식으로는 답하지 않겠다”며 “점도표는 말 그대로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고 앞으로 회의와 경제 데이터를 두고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 했다.
미 증시는 애플과 오라클 등 빅테크 랠리에 힘입어 나스닥지수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순항했다. 다만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애나 왕 이코노미스트는 “19명 중 4명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고 본 건 상당수가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도 13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