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합니다! 박수!”
13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의사당에서 한 블록 떨어진 ‘캐피톨 힐 클럽’.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이 78세 생일을 하루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다같이 축하 노래를 불렀다. 로저 윌리엄스 의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들과의 야구 시합을 31대 11로 승리로 이끈 야구공과 방망이를 선물로 건넸다. 윌리엄스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의사당 바로 인근에서 이뤄진 이날 행사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라는 미국의 전통을 위협했던 전 대통령의 복귀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차 있었다”고 평했다.
● 트럼프, 3년 만의 워싱턴 ‘금의환향’
1·6 사태 이후 3년 반 만에 워싱턴을 찾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과 잇달아 비공개 회동을 했다. 상원의원들도 하원의원들에 이어 회동을 위해 성조기가 그려진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고, 숫자 ‘45’(재임 당시 ‘45대 대통령’ 의미)와 ‘47’(재선 성공 시 ‘47대 대통령’ 의미)이 적힌 촛불을 켜며 지지 경쟁을 벌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의 3년 반만의 재회도 주목을 받았다. 매코넬 원내대표는 1·6 사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며 비판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이 엄청나게 단결했다”라며 연설을 마치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악수를 하고 ‘주먹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에서 각종 논란성 발언도 쏟아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해 “날 지지하지 않아 놀랐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두고는 ‘끔찍한 도시(horrible city)’라고 비하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트럼프 캠프 측은 “(밀워키) 범죄와 사기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미 거물 CEO 줄줄이 ‘트럼프 열공’
CNBC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면 소득세를 포함한 세금을 인하하고 첫 임기 동안 시행했던 경제 정책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도 수입품에 대한 ‘전방위 관세 부과(all tariff policy)’를 통해 미국이 소득세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내놨다고 CNBC는 전했다. 소득세를 폐지해 물가 인상에 대응하고, 부족한 세수는 수입품 관세 인상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