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에 ‘작품 기증’ 설경철 화백 30만개 이미지로 ‘동맹 70주년’ 묘사 “6·25 참전 부친-美군무원 아들 영향”
설경철 화백이 11일 경기 양평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최근 완성한 ‘동맹 70’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올 하반기 미 국방부에 기증될 예정이다. 양평=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1일 오후 경기 양평군의 한 미술 작업실. 설경철 화백(70·전 고신대 조형미술학과 교수)이 최근 완성한 초대형 작품을 감회 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가로 3.5m, 세로 2.5m로 500호에 달하는 이 대형 작품의 제목은 ‘동맹 70’.
설 화백은 올 하반기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에 이 작품을 기증할 계획이다. 지난해 미 국방부에 기증 의사를 전달했고, 최근 기증 승인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앙대 회화과 졸업 후 미 뉴욕공대 대학원에서 페인팅 커뮤니케이션 아트를 전공한 그는 평생 극사실화를 그렸다. 그가 ‘동맹 70’을 처음 구상한 것은 10여 년 전. 설 화백은 “문득 화가로서의 내 삶과 세계관, 작품 세계에 부친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부친은 아들이 의사나 군인이 되길 원했다고 한다. 아들이 고집을 부리자 ‘어디서 뭘 하든 대한민국을 구한 미국의 저력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잊지 말라’는 조건으로 화가의 길을 승낙했다고 한다.
설 화백은 지난해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부친의 뜻이 담긴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 18개월간 초대형 캔버스에 1∼2cm 크기의 약 30만 장의 이미지 조각을 이어붙였다. 각 이미지 조각엔 태극기와 성조기 등 한미 양국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를 망라하는 인물과 사건, 기호, 표식이 담겨 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 대통령,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 유명 영화배우와 부친의 해병대 시절 모습도 들어 있다.
작품은 무수한 이미지 조각들이 회오리처럼 화폭 중앙에서 한데 섞이며 음양의 조화를 이룬 듯한 모습을 묘사했다. 그는 “70년 전 군사동맹으로 시작한 한미관계가 세대를 넘어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로 승화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에 작품 기증 의사를 타진할 수 있었던 데는 아들 제이슨 설(한국명 설세진·42·미 예비역 육군 소령) 씨의 역할이 컸다. 설 씨는 미국에서 중·고교, 대학을 나와 장교 양성과정(OCS)을 거쳐 미 육군 정보장교로 한국 등에서 근무한 뒤 전역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