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6.13/뉴스1
정부와 국민의힘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에게만 유리한 공매도 제도를 고치고, 불법 공매도를 막을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계속 공매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11월 시작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최단 1년 4개월간 이어지게 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터질 때 선진국들도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가 위기 상황도 아닌데 1년 넘게 금지하는 건 선례를 찾기 어렵다. 정부·여당은 작년에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자 이를 계기로 8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부풀려진 주식의 거품을 제거해 적정 가격을 찾아주고, 시세 조정을 통해 부당하게 주가를 띄우는 행위를 어렵게 하는 등 공매도의 순기능도 적지 않다. 정부가 추진해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주요 조건인 이유다. MSCI는 지난주 한국 증시의 ‘공매도 접근성’ 성적을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바꿨다. 계속 금지하면 편입이 어렵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지수 편입을 통해 기대되던 수십조 원의 외국인 자금 유입도 공염불이 됐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주요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는 동안 홀로 부진한 우리 증시 성적에 공매도 금지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제도나 불법을 감시할 시스템의 정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투자자들의 눈치만 보며 공매도 금지를 계속 연장하는 건 한국 증시의 ‘밸류 업’이나 개미들의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