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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4이동통신 좌초… 무턱대고 추진하다 그르친 정책 실패

입력 | 2024-06-14 23:54:00


통신비 인하를 위해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해 온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업체가 주도하는 합작법인 스테이지엑스에 대해 5세대(5G) 이동통신 28GHz(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어제 밝혔다. 처음 약속한 만큼 자본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취소 여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청문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정부는 기존 통신 3사에서 회수한 28GHz 대역 주파수를 신규 사업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추진해 왔다. 1월 말 주파수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가 4301억 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하지만 자본금 205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확보된 금액은 크게 못 미쳤다. 법인 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1억 원에 불과했다.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6곳 중 자본금을 일부라도 납입한 주주는 1곳뿐이었다.

제4이동통신사 선정은 애초부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았다. 2010∼2016년 7차례나 실패한 전례가 있다. 특히 28GHz 주파수는 가용 거리가 짧아 장비를 촘촘히 깔아야 해 막대한 비용이 들고 활용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통신 3사가 이 주파수 대역을 포기한 것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사업이 좌초하면서 정부가 이권 카르텔 타파를 앞세워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제4이동통신은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 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신규 진입을 독려하기 위해 기본망 구축 의무를 덜어주는 등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대기업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사업자 확보에만 급급해 재무건전성 등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고 부적격 사업자가 선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년 넘게 굳어진 통신시장의 과점 구도를 흔들겠다는 방향은 맞지만, 경쟁력 없는 사업자 수만 늘리는 보여주기식 대책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