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출석하며 예정 없던 입장문 민주 최고위서도 李기소에 반발 “사건조작 특검법 통과 매우 시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재판에 출석하면서 주변 지지자 및 보수 성향 유튜버를 향해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지 이틀 만인 14일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라는 국가 권력기관이 사건을 조작하고 엉터리 정보를 제공한다”며 “(언론도)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검찰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 대표는 기소 다음 날 돌연 의원총회 등 공식 일정에 불참하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억울함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날 입장 발표도 그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재판에 출석하면서 예정에 없던 입장 발표 일정을 공지한 뒤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포토라인 앞에 서서 “여기 계신 언론인 여러분, 잘 되돌아보라”며 “언론이 (검찰이 주는 정보는) 열심히 받아쓰고 조작하지만 그에 반하는 객관적인 사실이 나오더라도 전혀 그 점에 대해 관심을 안 갖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잘못된 태도들 때문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진실은 바닷속에 가라앉는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대북 사업을 내세워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대북사업 관련 국가정보원 보고서를 언급하며 “국정원 기밀보고서가 맞겠느냐, 아니면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을 개설했다가 처벌받고, 불법 대부업을 운영하다가 처벌 받고, 주가조작을 하다가 처벌 받은 이런 부도덕한 사업가의 말이 맞겠냐”고도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재판부가 국정원 문건에 대해 “국정원이 (해당 진술) 검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본 것에 반발한 것.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조여 오는 법적 심판이 두려워 이성을 잃기라도 한 것이냐”며 “입법권을 사유화하고 사법부를 발 아래 두기 위한 전방위적인 민주당의 의회폭주와 입법독재의 ‘방탄 정치’로 진실을 막으려 하지 말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르면 6월 말∼7월 초경 당 대표를 사퇴한 뒤 선거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