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압박 강한 조직에선 오히려 부작용 부를 수도 리더가 심리적 부담 낮춰줘야
‘업무 분리(Detachment)’란 업무 시간 이후 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을 뜻하는 용어다. 일종의 ‘정서적 퇴근’이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퇴근 후 업무에서 해방된 느낌, 즉 업무 분리는 직장인에게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개인의 워라밸, 조직의 성과 관리 양면에서 업무 분리는 매우 중요하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연구진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성과 압박이 높은 조직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퇴근 후 업무와 분리되면 다음 날 아침 직장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높은 성과 압박이 있는 조직의 직원들에게는 업무와 분리되는 것이 조직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치심을 느낀 직원들이 오히려 업무 시간에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동료들의 부정적 인식과 평가를 피하기 위해 본인의 업무 성과를 인위적으로 부풀릴 수 있어서다.
연구진은 업무 분리, 성과 압박, 수치심, 부정행위 간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세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직장인 294명을 대상으로 2주간 설문조사를 했다. 분석 결과 업무 압박이 높은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전날 저녁에 업무에서 분리됐다고 느낄수록 그다음 날 아침 수치심을 더 많이 경험했다. 수치심을 많이 느낄수록 부정행위가 증가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직장인 368명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방법을 사용해 업무 분리와 성과 압박 조건을 조작한 후 설문을 진행했다. 여기에서도 첫 번째 연구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 연구는 조직에 따라서는 수치심과 부정행위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퇴근 후 업무에서 해방되는 게 늘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결과는 실무자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조직이 성과 압박을 완화해 직원들이 퇴근 후 업무에서 해방되고 업무 스위치를 끄는 것이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험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직원들이 업무 분리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 다음 날의 성과 개선 등 다양한 효용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GE 같은 글로벌 기업처럼 성과 압박을 완화하고 직원들이 퇴근 후에도 업무 생각에 시달리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또한 관리자들과 조직이 먼저 나서서 직원들이 퇴근 후 업무 스위치를 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김세진 포틀랜드주립대 조교수 sejin.keem@pdx.edu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