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을 당하던 아들의 도움 요청에 아이들을 떼어놓는 엄마의 모습. CCTV 기록이 다 남아있음에도 엄마는 아들을 괴롭히던 아이에게 되레 폭행 혐의로 고소당했고, 1년여 간의 경찰 수사와 재판으로 고통받았다. (JTBC 갈무리)
학교 폭력에서 아들을 보호하려다 가해 학생에게 되레 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엄마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15일 JTBC는 지난 2022년 11월19일 오후 4시 반께 경기 고양시의 토성어린이공원에서 찍힌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초등학교 4학년 A 군이 놀이터에서 바로 옆 성당 쪽으로 달려가고, B 군과 아이들이 뒤를 쫓는 모습이 담겼다.
A 군은 자신을 붙잡아 앞길을 막는 B 군에게서 달아나 엄마 C 씨를 불렀다. A 군은 “엄마 도와주세요”라고 울면서 소리쳤고,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나와본 C 씨는 홀딱 젖은 아들을 발견했다.
C 씨는 B 군의 보호자와 대화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C 씨는 B 군에게 “부모님 연락처를 주면 부모님과 대화하겠다”고 했는데, B 군은 “부모 없는데요?”라고 답한 뒤 경찰에 ‘A 군 엄마가 옷을 꼬집고 언어폭력을 한다’며 신고했다.
경찰 출동 후 갈등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이후 B 군은 C 씨를 고소했다. B 군은 경찰에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다 다른 친구가 물을 쏟았는데 미끄럼틀 밑에 있던 A 군이 욕을 하고 밀쳤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C 씨가 혐의를 일체 부인하지만 B 군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CCTV로 봤을 때 혐의가 인정된다”며 C 씨를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B군이 A군을 따라다니며 시비를 하자 A군 어머니가 화나서 B 군의 양쪽 팔을 붙잡아 벽 쪽으로 밀치고 멱살을 잡고 가방을 던져 폭행했다”며 C 씨를 약식기소했다.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적도 없는 C 씨는 벌금 100만원을 납부하라는 문자를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또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아이들의 증언을 직접 찾아 나섰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아이들 3명은 “B 군이 시켜서 미끄럼틀 아래에 있던 A 군에게 물을 뿌렸다”고 털어놨다. 또 B 군이 A 군을 잡으라고 해서 같이 쫓아갔고, A 군 어머니가 B군의 멱살을 잡거나 욕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아이들의 증언은 ‘A 군이 물을 뿌렸고, A 군 어머니가 B 군을 폭행했다’고 적힌 경찰 보고서와 정반대였다.
현재 B 군은 또 다른 학폭 건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C 씨는 “평범하게 아이 둘 키우며 남편과 살던 그런 그냥 아줌마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가 되고 피고인이 됐다”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지만, 경찰 측은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수사한 결과”라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