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보다 합리성 추구… 코로나 폐업으로 크게 오른 예식장 대관료도 한몫
내년 말 결혼 예정인 이유진 씨(28). 그는 결혼 준비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주의였다. 그러나 막상 결혼식을 치르려니 “어떤 예식장을 골라야 싫은 소리를 안 들을까”부터 “답례품은 뭐로 해야 그럴 듯해 보일까”까지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결혼식 없는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 남들 시선을 의식한 결혼식보다 두 사람만을 위한 합리적 선택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씨는 “결혼식을 염두에 둔 결혼 예산은 3000만 원대였으나 결혼식을 뺀 예산은 신혼여행과 웨딩촬영 비용인 1500만 원 정도”라며 “절약한 돈은 미래를 위한 여유자금으로 남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제적 부담,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로 결혼식을 생략한 채 부부가 되는 ‘노웨딩족’이 늘고 있다. [GETTYIMAGES]
MZ세대 63% “결혼식 불필요”
결혼은 하고 싶지만 ‘결혼식’은 하지 않는 젊은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5월 31일 경제미디어 어피티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12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결혼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을 넘는 6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 관련 가치관 변화와 관련 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결혼 준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으로는 ‘나와 배우자의 만족도’ 54.1%, ‘예산 및 경제적 부담’ 43.1%로 각각 1, 2위였다. 과거엔 결혼 형식, 부모 의견 등을 중시했다면 최근 젊은 층은 값비싼 결혼식의 효용에 의문을 품고 과감하게 현실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불경기 지속, 예식장 공급 축소 등 요인으로 예식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웨딩플레이션’ 문제가 노웨딩 흐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러리·돌잔치홀에서 결혼해요
노웨딩까진 아니어도 자신의 개성과 여건을 고려해 ‘대안 웨딩’을 선택하는 예비부부도 적잖다.
9월 결혼을 앞둔 박천희 씨(34)는 일반 예식장이 아닌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평소 미술 전시에 관심이 많은 박 씨는 “찍어낸 듯한 공장형 결혼식에 비싼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결혼식을 안 하고 싶진 않고 좀 더 합리적으로 특별한 결혼식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결혼식에서 신부와 첫 만남부터 현재, 함께 그려갈 미래까지 담은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소박하지만 하객들에게 두 사람의 얘기를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특임교수는 “합리적 선택을 하려는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결혼식 비용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사회적으로 정착된 고비용 결혼 문화를 개인의 인식 변화로만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신혼부부의 예식비용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결혼 상품과 서비스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청년친화 서비스 발전방안’을 3월 발표했다. 지나친 추가금 요구, 방문하지 않으면 모르는 ‘깜깜이 가격’ 등으로 폭리를 취하는 스드메 사업의 부당한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소비자보호원의 가격정보 웹사이트 ‘참가격’에 결혼 관련 품목과 서비스 가격 정보가 공개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44호에 실렸습니다〉
전혜빈 기자 heavin012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