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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필라테스-피부숍 홍보용 전락한 시신해부 실습…여러 의대 연루 의혹

입력 | 2024-06-16 17:07:00


대구의 한 필라테스학원이 SNS에 게재한 홍보 사진. SNS 캡처

의료 실습을 위해 기증된 커대버(해부용 시신)를 필라테스 강사 등 비의료인의 강의에 활용한 업체가 경찰에 고발된 가운데, 이런 실습 프로그램이 10년 전부터 전국에서 꾸준히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커대버를 조달한 대학병원과 의대가 가톨릭대 외에도 여럿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6일 동아일보가 필라테스 학원과 피부미용실 등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커대버 실습을 ‘홍보 스펙’으로 내세운 사례가 수십 건 나타났다. 스스로 ‘상위 1% 바디 프로듀서’라고 소개한 부산의 한 피부미용실 원장은 홍보 사이트에 최근 논란이 된 ‘가톨릭의대 의학전문대학원 커대버 연수 수료’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대구의 한 필라테스 학원은 강사들이 실습 가운을 입은 인증 사진과 함께 ‘전국 유일 커대버 실습 필라테스 자격증’, ‘이렇게 전문적인 필라테스센터 보셨나’라고 페이스북에 홍보했다.

이중엔 가톨릭대나 연세대가 아닌 다른 대학병원과 연계됐다고 홍보한 사례도 있었다. 한 체력 지도자 양성단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회원 대상으로 커대버 실습을 여러 건 열었다고 홍보했다. 그중엔 서울의 한 의대에서 ‘직접 만지며 확인하는 방식’으로 부위별 집중 실습을 한다며 참가비를 걷은 경우도 있다. 경기 시흥시의 한 필라테스 학원은 원장 이력에 경기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이름과 함께 ‘2021, 2022년 신체 해부 실습’을 이력에 내걸었다. 커대버 관리 부실이 한두 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현행 시체해부법상 비의료인에게 커대버 해부 실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커대버를 비의료인 실습에 활용한 업체와 실습자, 이를 제공한 병원이나 의대는 모두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부 자격이 있는 해부학 교수 등이 대학병원 측에 요청하면 구체적인 용처를 확인하지 않고 커대버를 내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참가비는 1인당 15만~60만 원으로 1회 실습에 수백만 원이 걷히는데, 이를 대학병원과 강사, 주관 업체가 나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학병원 측에 40만~50만 원을 교보재 비용 등 명목으로 건넨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고인과 유족을 위해 ‘시신 취급 시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명시한 관련법과 달리 커대버를 도구처럼 표현한 경우가 있었다는 점이다. 23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커대버 해부 강의를 열기로 했던 H사는 수강생 후기라며 “이렇게 상태 좋은 커대버는 처음입니다” 등 문구를 광고에 써서 논란이 됐다. 의사단체는 H사를 시체해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H사는 강의를 취소한 상태다. 다른 한 교육업체는 강의 자격이 없는 연구원을 강사로 내세워 연세대 의대에서 헬스 트레이너 등 대상으로 커대버 강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