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 韓증시 부진에 1주일새 美주식 1300억원 순매수 액면분할한 엔비디아 대거 사들여 ISA도 ‘해외>국내’ ETF 비중 역전
직장인 박모 씨(31)는 두 달 전 국내 주식 중 마지막까지 남겨뒀던 삼성전자 30주를 모두 팔았다. 삼성전자가 ‘10만 전자’까지 갈 것이라 기대했지만, 국내 증시가 부진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 주식을 판 돈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장지수펀드(ETF)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샀다”며 “여윳돈이 생기면 엔비디아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박 씨와 같이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서학개미’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새 개인투자자들은 ‘박스피’에 갇힌 국내 주식을 6200억 원 가까이 팔았는데,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4400억 원가량 사들였다.
서학개미들은 AI 열풍 속에 액면분할로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엔비디아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일주일 새 엔비디아를 3억1541만 달러(약 4400억 원) 순매수해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같은 기간 순매수 2위인 게임스톱(6699만 달러)의 4.7배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은 외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10∼14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6199억 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7728억 원), SK하이닉스(―2855억 원), 한미반도체(―1968억 원) 등 반도체주를 가장 많이 내다 팔았다.
노후와 자산 증식을 위한 ‘절세 계좌’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도 해외 투자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중개형 ISA에서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 편입 비중은 4월 말 기준 19.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3%)에 비해 4개월 만에 15%포인트 넘게 늘어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ETF 편입 비중은 15.5%에서 7.3%로 줄어들었다. 중개형 ISA가 도입된 후 해외 ETF와 국내 ETF 편입 비중이 역전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